그래도 길고 긴 인턴십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 기념할 만한 일인 건 맞으니까, 몇 마디 써 놓자.

1월 중순에 설렘 반 불안함 반으로 오레곤 생활을 시작했는데, 딱 10개월이 된 오늘 풀타임 오퍼를 받았다.


그런데 이게 좀 당황스러운 게, 타이밍도 그렇고 부서 배치도 그렇고 심지어 잡 타이틀도 그렇고 헷갈리는 것 투성이다.

사실, 지난 달부터 내가 있는 비즈니스 그룹엔 re-org 바람이 휙 몰아쳐서 모든 게 휘저어진 상태고,

원래 매니저는 다른 팀으로 옮겨가고, 내가 속했던 UX팀 구성원들은 헤쳐모여- 중이라 꽤나 어수선하다.

매니저가 떠난 뒤 보스의 보스가 임시로 우릴 관리하게 되면서 1x1로 만났을 때 아저씨가 그랬었거든,

자기 밑에 있는 UX folks들은 서서히 트랜지션해 나갈거고, 내 조직은 순수 소프트웨어 팀으로 재편성이 될거다.


사실 9월에 첨으로 풀타임 얘기가 나왔었고, 지난 두 달간 전 매니저가 밀었다 당겼다 놨다 잡았다 하는 통에

좀 데이기도 했고 해서, 내 입장은 이랬다. 정말 괜찮은 팀이었고 올 한 해 정말 많은 걸 배웠지만 

팀이 아직 자릴 잡지 못한 상태에서 해산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난 내 할 일 조용히 마무리하고 떠나야지.


그랬는데 며칠 전에 HR에서 뭘 작성해 달라고 폼이 날아오더니만 오늘 뜬금없이 전화가 와선 오퍼를 날리는거다.

이 스태핑 아주머니, 전화기 붙들고는 아주 신난 목소리로 매니저는 누구고, 페이그레이드가 뭐고, 베네핏은 어떻고

보험은 이렇고 저렇고 블라블라 10분을 떠들고 나서야, do you have any questions?

그래서 내 첫 질문은 이거였다, well, first thing's first- what's the job title? 내참.


이야기인즉슨, (뭐가 급했던건지) 보스의 보스가 지난 금요일인가에 연락해와선 

자기 밑으로 제일 빨리 오퍼낼 수 있는 박사급 포지션이 뭐냐, 해서 쿵짝쿵짝 맞춰본 결과

Software Engineer로 - _- 오퍼가 나왔다는 뭐 이런 당황스런 이야기다.

아무래도 윗선에서 뭔 일이 또 일어나고 있는 모양인데, 의뭉스럽게 나한텐 한 마디도 안했으면서; 

근데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도 이 아저씨 이번 주 휴가가고 안 계신다.


억셉할거지? 하고 대뜸 묻길래, 일단은 다른 부서랑 진행 중이던 게 있어서 

그 쪽이랑도 얘기해야하고 지도 교수님들하고도 의논한단 핑계를 대고 2주 시간을 벌었다. 

일단은 연봉이 내 기대에 조금 못 미친다. 내가 써 낸 salary expectation은 베이스 샐러리 수준을 적어낸 건데, 

오퍼는 보너스 포함 그 금액을 얘기해와서 카운터를 넣어야 할 것 같고, 잡 타이틀도 고쳐야 하고 기타등등.

학교 돌아가서 여유있게 졸업하고 5월에 시작해도 좋고, 당기려면 당기고 밀려면 밀고- 플렉서블한 건 맘에 든다.


두고봐야 하겠지만, 팍팍한 취업 시장에서 보험(?)은 하나 건진 셈이다.

적어도 OPT 다 받아놓고도 취직을 못해서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인텔 오퍼가 fall back plan이라니, 나도 꽤나 멀리 왔구나...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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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주엔 미루고 또 미뤘던 치과 클리닝과 정기검진을 해치웠다. 

일에는 크게 진척이 없었는데, 그것만으로도 꼭 뭔가 큰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미국에 온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미국 치과를 가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기선 의료보험에 치과는 포함이 되지 않기 때문에 dental insurance를 따로 사야하는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서- 한국 들어갈 때마다 한 번씩 제발 별 탈 없었길 바라면서 치과에 가곤 했다.


게다가 미국 와서 1년 정도 됐을 때 fibula가 부러져서 수술 받고 응급실 치료비와 수술비 합쳐 

(유학생 보험에서 다행히 커버해 주었지만) 거의 8천만원 가까이 되는 빌을 본 적이 있어서, 

그 뒤로 병원은 사고난 게 아닌 이상 그냥 안 가는 곳으로 치부하고 살았는데-

회사엘 다녀 좋은 점이 medical, dental, vision insurance까지 모든 게 커버된다는 것. 

회사에서 큰 보험회사랑 딜을 해서 보험사는 두 가지 옵션이 있고 각 회사마다 플랜이 몇 가지 있다.

일단 medical은 Anthem의 consumer driven plan을 선택했는데, 

월급에서 한 달에 18불 정도 떼어가고, 일정 금액까지는 회사에서 내 준 contribution에서 

먼저 돈이 나가기 때문에 젊고 건강해서 병원엘 자주 가지 않는 사람은 본인부담금이 적다.

그리고 회사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치과 보험이랑 시력 (안경, 렌즈) 보험은 공짜로 따라오고,

1년에 한 번씩 하는 메디컬, 덴털, 비전 정기검진과 덴털 클리닝은 공짜다. 


학교에 있을 때 student employee들에게 가입시키던 보험은 커버해주는 것도 최소에다

본인부담금도 높았고, 덴탈, 비전은 당연히 불포함에 1년에 보험료로 뜯어가는 돈만 해도 3000불이 넘었는데-

이러니 큰 회사 안 다니고서는 미국에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받는 게 쉽지 않은 거지...


어쨌든, 치과에선 엑스레이 찍고, 잇몸 상태 확인하고, 치아 상태 확인하고 플라그 제거하고 그랬는데, 

의사/간호사 선생님 다들 한국에서 몇 년 전에 했던 내 골드 인레이를 예쁘다며(?) 대놓고 '감상'하시는 바람에 좀 민망했다.

사랑니를 다 뽑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한 개가 옆으로 누워서 숨어 있는 걸 발견한 것도 수확. -. -;


2. 

요즘 내 머릿 속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역시 job search.

몇 군데 지원을 했고, 벌써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는 포지션이 하나 있다.

금요일에 연락와서 내가 제시한 타임라인이 자기네랑도 맞으니까 기다릴 수 있다, 

정식 프로세스는 1월에 하자고는 했는데, 역시 메일 말미에는 그치만 혹시라도 

좀 더 빨리 시작할 수 있는거면 알려달라고 하는 걸로 봐서


말인즉슨, 12월에 시작할 수 있는거면 지금 프로세스해서 오퍼 줄테지만 

뭐 정 3월에 시작해야겠으면 1월까진 일단 다른 사람들 지원서 받으면서 

분위기 보다가 너보다 나은 애 있으면 오퍼 줘 버릴거고, 

그 때까지도 적당한 사람 없으면 그 때 너한테 오퍼주고 3월까지 기다려 주마-인 듯.


Pay grade 알고 있으니 연봉 수준 그런대로 흡족할거고, 잡 디스크립션 맘에 들고, 

그 팀 사람들 중에서 진짜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기도 하고...

그런 거 생각하면 까짓거 12월에 시작할게요 하고 덜컥 진행해야 하는 게 맞는데-

(오퍼 받은 다음에 적당히 네고해서 휴가 땡겨 써도 되는거고 하니까)

못내 아쉽다. Bay area랑 시애틀에 지원한 게 아직 연락이 안 왔고, 

그 중에 한 회사는 진짜진짜 가 보고 싶은 곳이어서, 맘이 확 당기질 않는다. 


그치만 또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하고 다시 시작할 생각하면, 좀 지치기도 하고-

오레곤에 사는 게 꽤 맘에 들기도 하고, 그래도 젊을 때 bay area 내려가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설 곳을 모르고 갈팡질팡, 마음이 이렇다.


아무튼, 금요일 밤에 (드디어)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일단 이거 보내주고, 지난 번에 버지니아 갔을 때 선생님들 조언대로, 

교수님 핑계를 대서 시간을 조금 벌어봐야지.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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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에 인턴십을 시작해서 한 달에 1.25일의 휴가가 주어졌다. 

지난 번 독립기념일에 조엘군이 왔을 때 이틀을 쓰고 

남은 휴가를 이번에 모두 써서 학교에 논문 실험을 끝내러 돌아왔더랬다. 


역시나 지지부진한 리크루팅, 불가능에 가까웠던 실험 스케줄링, 리스케줄, 취소-등등 

험난한 열흘을 보낸 끝에 이제 드디어 마지막 팀 마지막 세션을 하러 간다.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실험을 잡아놨는데, 애들이 제 시간에 올 지도 걱정이고, 

내가 프로토콜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지금 준비는 다 된 건지, 이래저래 걱정이지만- 그래도, 잘 되리라 믿어봐야지. :)


내일 오전에는 실험 비용 관련 paperwork을 백만개쯤 처리한 다음, 

과 사람들이랑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다섯 시 반 비행기로 로녹을 떠날 예정.

포틀랜드엔 밤 열 한 시에 도착하는데, 다행히 E가 픽업해 주기로 해서 걱정을 덜었다. 


자자, 비타민 한 알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실험하러 가자!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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