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오레곤으로 인턴을 하러 떠나서, 지금이 9월. 

원래는 인턴십 떠나기 전에 논문 실험을 모두 끝내고 떠날 계획이었는데,

그치만 실험이 자꾸만 캔슬되고, 실험 참가하다가 말고 피험자들이 drop out 하는 등, 

악재가 겹쳐서 원래 계획했던 세션 수의 75퍼센트밖에 못하고 오레곤으로 떠나야 했다. 

그렇게 반 년 넘게 무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다가, 그간 벌어놓은 휴가를 다 써서 학교에 실험하러 돌아왔다.


목요일 아침에 도착해서 밤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첫 팀은 퍼포먼스가 그저 그랬고, 

두 번째 팀은 세션 캔슬에 리스케줄에 우여곡절 끝에 화요일인 오늘이 돼서야 세션 시작. 

약간 무리다 싶은 리크루팅 끝에, 세 번째랑 네 번째 팀은 어찌어찌 스케줄 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수요일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니까, 적어도 월요일까지 데이터 컬렉션을 끝낼 수 있음 참 좋겠는데.

사실- 수요일 아침에라도 실험 끝낼 수만 있으면 진짜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실험할 작정을 하고 오긴 했다. 


오늘 아침엔 닥터 비와 리사를 함께 만났다. 실험 진행 상황, 졸업 스케줄, 디펜스랑 커미티 이야기 등등...

잡 서치 이야기도 했는데, 끝내기 전에 풀타임 오퍼를 받고는 회사가서 일하면서 데이터 분석하겠다며 

난 학생들이 실제로 끝을 내고 디펜스를 한 케이스가 정말 10퍼센트가 안 된다고.

...선생님이 매니저랑 어떻게 협상하는 게 좋을 지 조언을 많이 해 주셨다.


그 미팅을 끝내고 코딩 관련해 여쭤볼 게 있어서 T선생님 방에 들렀었다. 

연구 이야기, 회사 이야기, 동네 이야기, 떠난 친구들 이야기, 아직 여기 있는 친구들 이야기 등등을 하다가

피츠버그로 간 L이야기가 나와 한참 two body problem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엘이랑 코디는 참 잘 된 거죠- 저는 요즘 포틀랜드에 있고 조엘군은 디씨에 있어서 힘들어요.

T선생님도 남편은 엔지니어고 선생님은 아카데미아에 계시다 보니, 

같은 도시에 job 잡기가 힘들어서 무려 10년째 주말부부 생활을 했는데, 

어느 한 사람이 희생하지 않고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고-

안 그래도 그 때문에 곧 햄튼에 있는 remote campus로 떠나신다고 했다.


지난 목요일에 도착하자마자 리사랑 만났을 때도 그랬고, 

오늘 코어드바이저 두 분 다 만났을 때도 그랬고, 

아까 T교수님 방에 갔을 때도 그랬고-

사실 교수님들이랑 어찌보면 그리 매끄럽지 못한 한 해를 보내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언을 구하고 어떤 잔소리를 들어도 마음이 푸근했다.

같이 그랜트 일을 하고, GRA로 돈을 받고 그래서 보스와 직원 관계이기도 했지만, 

역시 이 분들은 선생님이고 나는 학생이었던 거구나, 싶더라. 


학생 노릇을 정말이지 너무 오래 했다고, 

이제 그만 졸업하고 move on 하고 싶다고 끊임없이 투덜댔지만,

오늘은 참, 학생으로 여겨주시고 토닥여주시고 꾸짖어주시는 선생님들이 너무 감사해서, 

학생이고 아직 그 분들 손을 떠나지 않은 제자라는 게 너무 다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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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그룹은 PC Client Group, PCCG. 엄청 덩치가 큰 수퍼그룹인데, 

오늘은 PCCG에서 지정한 global give-back day래서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다 봉사활동 하러 가는 날이었다.

인텔을 통해서 봉사활동을 가면, 내가 가서 봉사하는 시간당 10불로 계산해서 그만큼 회사에서 기부를 한다. 

오늘 우리 그룹에선 총 50명이 Jackson Bottom Wetlands에 가서 4시간씩 일을 했으니까

총 200시간, 그럼 인텔에서 그 습지보호구역에 또 2000불을 기부하는 방식. 

 

오늘 그 습지보호구역에서 우리가 한 일은 chipping the trails!

하이킹 트레일들을 전부 woodchip으로 덮는 거였다. 

산더미같이 쌓은 우드칩을 삽으로 퍼서 외발 수레에 옮겨싣고, 

트레일 끝까지 가서 갈퀴로 잘 펴서 길을 덮는 것.

정말로 끝이 안 보이는 manual labor의 최고봉이었는데,

땀 뻘뻘 흘리면서 50명이 달라붙어 삽질에 갈퀴질을 해 대니, 

4시간만에 습지 안 트레일들이 다 덮이더라...워워. 


그거 끝내고, 점심먹고, 회사로 다시 들어와서는 

데이터 분석하고, 미팅하고, 미팅잡고, 랩 정리하고...


일찍 퇴근해 짐 챙길 작정이었는데, 결국은 다섯 시를 넘겼다. 

집에 돌아와서 빨래 돌리고, 쓰레기 내다 버리고, 냉장고 비우고-

큰 트렁크를 꺼내서 필요하다 싶은건 그냥 다 집어넣었다. 

대충 집 비울 준비를 끝내고 트렁크를 차에 실으니 7시 40분. 

...여차저차, 전철 타고 한 시간 반 걸려서 공항에 도착. 

시카고로 가는 밤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인데- 체력이 달린다. 아우.


내일이랑 금요일은 재택근무고-

다음주랑 그 다음주는 그 동안 쌓아둔 휴가를 몰아서 다 쓰기로 했다. 

....어디 놀러가는 거라면 좋으련만, 남은 논문 실험하러 버지니아에 돌아가는 것. 


This too shall pass. 

보딩 콜이다. 자, 그럼 동부에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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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동네 달리기 용품 가게인 Fit Right NW 에 가서 달리기 폼 분석을 받고 새 러닝화를 샀다. 

처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던 게 2005년이니까 벌써 7년이 된 셈인데 (뭐 그리 꾸준히 달렸다곤 못하지만), 

내가 달릴 때 하중이 바깥으로 쏠리는 지 안으로 쏠리는 지 직접 확인하고 신발을 골라본 게 오늘이 처음이다.


오늘 은퇴한 운동화는 작년 생일에 언니랑 형부가 선물로 사 준 리복 Runtone인데, 

근육도 더 활성화 시킨대고, 색도 맘에 들고 해서 그냥 아마존에서 덜컥 주문해다가 1년 3개월을 신나게 잘 신었다.

그런데, 오늘 다른 신발들 신어보고 느낀 건- 사이즈도 안 맞고 착화감도 쿠션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는 것. 


이 동네 가게는 좋은게, 신발 사러 왔다고 하면 gait analysis를 먼저 해 주는데, 

일단 맨발로 트레드밀에 올라가서 달려보라고 시킨다. 평소에 달리는 속도를 묻길래 시속 5.5마일로 달려봤다. 

트레드밀이 돌기 시작하면 뒤에서 발높이에 설치된 카메라가 녹화를 시작한다.

30초 정도 달리고 난 다음엔 녹화한 파일을 돌려서 앞에 달린 tv로 같이 보면서 분석을 해 주는데, 

나는 달릴 때 발목이 바깥을 향해 굽는 supination 형이었다. 느린 화면으로 보니까 확실히 밖으로 굽는다. 

보통은 발목이 안을 향해 굽는 pronation 형이 더 많다고 한다. 


Supination 형의 경우에는 neutral/medium support인 신발이 맞으니, stability를 강조하는 신발들은 피하란다.

그 말을 듣고 내 낡은 운동화를 뒤집어보니까, 역시나 바깥쪽이 다 닳아있다. 그것 참.


발 전체 길이를 새로 재고 발가락 길이랑 발 볼을 또 재보더니, 구두는 8 사이즈 정도 신어도 될 것 같은데, 

러닝 슈즈는 8.5도 내 발엔 작은 거라고, 9 사이즈 (255mm) 를 신으란다. 


그러고보니, 런톤은 8 사이즈였다...쿨럭. 사실 한 해만에 새끼발가락 쪽이 찢어지기 시작해서 황당했었는데,

발가락이 임팩트때 마다 신발 천장에 갖다 박히니, 1년만에 mesh에 구멍이 날 법도 한 거였다.


아무튼 직원 아저씨가 내 달리기 폼에 맞는 신발 다섯 켤레를 들고 나왔다. 

Saucony, Mizuno 두 켤레, Adidas, 그리고 Asics-

 

거듭해서 번갈아 신어보고 달려보고 한 끝에 아식스 Landreth 7으로 결정.

솔직히 디자인이 별로 예쁘질 않아서 아디다스 수퍼노바 글라이드에 혹했었는데, 

발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여유있는 착화감이, 도저히 포기가 안 되더라.

수퍼노바는 발 앞쪽은 굉장히 편했는데, 뒷쪽은 자리가 남으면서 발목을 감싸주질 못했다.


지난 주에 Intel Great Place to Run 10K 뛰고나서 이 가게 15불 기프트 카드 받은 게 있어서

그걸 쓰고 나니 온라인에서 사는 것 보다 몇 불이나마 더 싸게 샀다. 30일 보증을 해 주니까, 

혹시라도 신고 달리다가 뭔가 안맞다 싶으면 가지고 오란다. 맘에 드는 신발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사실은 리복 런톤 허위/과장 광고 class action suit에 끼어서 리복에서 43불 돌려받은 게 있으니까,

이거 저거 따지고 보면 원래 신발 가격의 반값 정도만 내 주머니에서 나간 셈이다-(라고 합리화를 해 봅니다) 


러닝화는 늘 TJMaxx에서, 나이키 팩토리 매장에서, 아마존에서 세일하는 운동화- 뭐 이런 걸 신어왔는데,

처음으로 신발에 거금을 썼다. (내가 가진 구두, 부츠, 운동화, 등산화 다 해봐도 니가 제일 비싸요 ;ㅅ;)

철 들고 꾸준히 (까진 아니어도 비슷하게라도) 하는 운동이라곤 달리기 뿐인데, 러닝슈즈 한 켤레쯤 투자해도 괜찮겠지.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우다다!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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