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곤으로 옮겨와 월급쟁이 노릇한 지 석 달.

요즘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른이가 되었다. 


밤 10시 반쯤엔 침실에 들어가야 맘이 편하고, 

책을 읽거나 아이패드 붙잡고 서핑하다가

늦어도 자정 전엔 자고 일곱 시쯤 일어난다. 


하루에 7시간에서 8시간 정도를 자는 셈인데,

충분히 (?) 자는 게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처음-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ㅋ_ㅋ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여유있게 아침 만들어 먹고 

커피 만들어 마시고,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자전거 타고 출근.


일은 확실히 재미있다. 얼마 전 대대적으로 조직개편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future space를 보는 연구랑 디자인을 하이브리드로 하고 있고

나 의외로 이런 데 소질이 있군, 싶은 것들을 몇 가지 발견하는 중이다.

모든 게 완벽하단 건 아니지만, 작년에 겪은 시행착오에 비하면야 뭐.


퇴근하고 오면 저녁 해 먹고 논다. 티비도 보고, 산책도 가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주말에는 포틀랜드 근교 탐방과 등산이 주 일과.

요즘 자리잡아가고 있는 이런 루틴이 꽤 평화롭고 좋다.

이제 조엘군이 늘 함께 있는 것도 좋고.


수능 마치고 첫 아르바이트로 목동에 있는 백화점에서 프링글스 팔던 생각이 났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백화점 액세서리 매장, 중학생 과외, 동네 아이스크림 집, 

여름 항공캠프 강사, 컨퍼런스 번역/자막 알바까지 아주 골고루 했었고

미국 와서 학교 다니면서는 학교 인터내셔널 오피스 리셉션,

2년제 마치고 나서는 시애틀 공항에서 passenger service 파트타임,

플로리다에서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내내 도서관에서 일했었지.

학부 졸업하고 대학원 나오기 전까지 몇 달은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했고...

그러고보니 그간 파트타임 잡은 참 가지가지 섭렵했구나. 

배스킨라빈스 아르바이트는 시급이 1800원인가 그랬는데,

아이스크림 공짜로 먹는 게 좋아서 일했던 기억이...풉.


어차피 계속해 연구하는 사람은 될 재목도 못 되었고 

그래서 더욱 아카데미아는 가고싶지 않았으니, 잘 한 선택이었다.

암튼, life after grad school is good (so far). 

이 말이 하고 싶었다능. :)




Posted by CoolEngineer
:

10 years

살아가다 2013. 6. 12. 13:04 |

2003 6 11일이었다


무려 32킬로그램짜리 체크인 개와 무게가 한참 초과된 기내용 수트케이스

그리고 등짝 넓이 배쯤 되는 백팩을 짊어지고 시애틀 공항에 내린 .


한국을 떠나던 인천공항에서는 가족들이랑 붙들고 한바탕 우느라 

이미 진이 빠졌었는데, 무게가 초과된 짐을 풀었다 다시 싸고, 

놓칠세라 게이트까지 전력질주해 겨우 비행기에 오르느라 혼을 쏙 뺐었지.


스무 살 넘어 먹도록 그 흔한 외국 여행 한 번 못 해보고서는 

태어나고 자란 나라 한국을 떠나본 게 처음이었는데,

낯설기 그지없는 '미국사람'들이 내가 하는 영어를 알아들을 지도 걱정이고,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내가 알아들을 지도 걱정이고,

잔뜩 겁을 집어먹고선 공항에 내렸었는데.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음에도, 스무 살 무렵 적당한 나이에 

부모님 곁을 떠나 스스로를 돌보고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내 뜻대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20대를 보낼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


많은 이들을 만났고,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남았구나.

다음 10년을 보내고 났을 때는 여유넘치고 능글맞은 사람이 돼 있으면 좋겠다. :)

Posted by CoolEngineer
:

New employee orientation (NEO, 이놈의 약어들...)이 있어 일찍 출근했던 월요일을 빼곤

그리 이른 출근도 아니었는데, 지난 주에 서부, 중부, 동부를 다 훑고 돌아온 영향도 있었을테고,

그래도 첫 주에 새로운 팀에 적응하느라 긴장한 탓도 있었을테고- 참 피곤하더라.


풀타임 임플로이로 인텔에 돌아와 첫 주를 정신없이 보내고 맞은 주말, 

이틀 동안 정말 침대가 시시하게 느껴질 때까지 잠을 잤다. 큭. 


많은 게 다르다. 일단은 업무 환경- 

작년에 일했던 빌딩은 창문도 하나 안 보이는 gray cube가 주르륵 일렬로 늘어선 구조여서,

팀 끄트머리에 앉은 내 큐브에서는 원하면 하루종일 팀 사람들이랑 얼굴 안 보는것도 가능했다. -_-;


지금 일하는 곳은 힐스보로 인텔 캠퍼스 세 곳에서 제일 최근에 지은 빌딩인데,

큰 창문으로 둘러싸인 밝은 wing을 통째로 우리팀이 가져왔다. 

일렬로 큐브를 넣는대신, c형의 mobile desk를 이용해서 

같이 할 일 많은 멤버들끼리 클러스터를 몇 개 짜고, 

나머지 공간에는 collaboration space를 여기저기 넣었다. 

IKEA 가구에 소파, 빈백도 심심찮게 굴러다니고,

공간이 남는다 싶은 벽은 모두 화이트보드로 덮여있고,

레고도 널려있고, 아이언맨도 한 구석에 서 계시고-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

암튼, 오피스가 밝고, 이쁘고, 일하고 싶게 만든다. ;)


그리고 프로젝트- 인턴 중엔 우리 팀 프로젝트 보다는 다른 팀에 

Loan out 돼 나가서 별 잡다한 실험을 다 했었는데 (그러니 팀이 없어졌지, 끙)


하지만 이 팀은 product development 팀이다. 

메인 프로덕트가 있고, 각각의 feature도 우리가 다 만든다.

일단 굉장히 흥미로운 걸 만드는 중이고, 

실험도 특이한 방법들을 많이 가져다 쓰고 있어 재밌다.


뭐, 이제 겨우 1주일 겪었을 뿐이고- 앞으로 나름의 문제들에 부딪히겠지만,

Things are definitely looking up!


이번 주엔 졸업식이다. 수요일 밤비행기로 버지니아에 갔다가,

금요일에 졸업식 마치고 토요일에 돌아올 땐 조엘군과 함께 오기로 되어있다. :)



어라, 벌써 11시 반. 

Time to get ready for WW20.




Posted by CoolEngine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