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부터 운동한 걸 기록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런키퍼를 써 왔다. 

1년 3개월 동안의 총 마일 수는 774마일. 



하지만 이 중에선 동네 gym에서 일렙티컬 한 것도 끼여있고, 자전거 탄 것도 끼어있고-

해서 달리기 한 거리만 따로 모아 계산해보니까 470마일 가량을 달렸네. 

역시 작년 여름이 거리로나 속도로나 피크였고, 올해 오레곤에 온 이후론 영 게으름을 피웠다.


어쨌든 런키퍼를 지금까지 잘 써오기는 했는데, 역시나...UI가 맘에 안 든다. 

충분히 예쁘지 않고, 충분히 세련되지 못한 인터페이스는, 자꾸만 나이키 플러스랑 비교가 되는 거다. 

나이키 플러스 앱을 설치해 놓은지는 꽤 되는데, 작년에 페어팩스에서 달릴 때 두어 번 쓴 걸 제외하곤 쓰지 않았었다. 
이번에 러닝 슈즈도 바꿨겠다, 러닝 앱도 한 번 바꿔보자 싶어서 나이키 플러스로 바꾸기로 결심하고,
오랜만에 나이키 플러스 웹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현재 위치를 설정하고 나니, 동네에서 많이들 달리는 루트가 
hit map으로 표시되고 explore 버튼을 누르면 리스트로 주루룩 뜬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왔을 때 달리기 좋은 루트 찾기에는 안성맞춤이구나 싶었다. 
포틀랜드에 온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는데도, 어디가 좋은 지 영 몰랐던 나에겐 단비였달까. 
시내를 흐르는 윌라멧 강과 강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다리들을 참 좋아하는지라, 

Portland bridge loop이 대번에 눈에 들어왔다. 



그리 길지도 않은 2.4마일짜리 룹. 두 바퀴 돌면 딱 좋겠구나 싶었는데,

달리기 초보인 A양이랑 같이 나선 길이라 오늘은 한 바퀴만 돌고 오기로 했다. 

아침엔 잔뜩 흐렸던 하늘도 워터프론트에 도착하니까 파랗게 개고, 강바람이 서늘한 게 달리기 참 좋은 날이었다.



Hawthorn bridge를 건너 다시 west side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강변 따라 달리는 기분이 참 좋더라. 다리도 강도 참 예쁘고. 

달리고 나서 south east에 가서 브런치 먹고 집에 돌아왔다.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이지만, 날씨와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자주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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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에 퇴근해 동네 도서관엘 갔었다. 

2003년에 미국에 처음 와서 유핑네랑 같이 살면서 첫 날 만들었던 게 주 신분증, 은행계좌, 그리고 도서관 카드였다.

King county library system을 마르고 닳도록 써먹었었다-책이며 영화며 늘 그득그득 queue에 넣어두고 

주문해둔 게 도착했다는 노티스가 올 때마다 버스타고 부리나케 도서관에 가서 픽업해오고, 주말엔 거기가서 공부하고-


하지만 워싱턴 주를 떠난 뒤론 거의 학교 위주의 생활이라 

플로리다에서도 버지니아에서도 로컬 도서관 시스템은 그닥 활용하지 않았다. 

오레곤 온 뒤로 제일 먼저 찾아갔던 게 힐스보로 도서관이었고, 꽤나 맘에 들어 가끔 가곤한다. 

평일엔 저녁 여덟 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오래 앉아 일하거나 공부할 여건은 안 되지만, 

정시 퇴근 하는 날엔 일 마치고 오는 길에 들러서 논문 일 두어 시간 하고 돌아오기에 딱 좋다. 

이제까진 그저 가서 공부나 하고 가끔 책 두어 권, 영화 디비디 한 두 개 빌려오는 게 전부였는데,

오늘 처음으로 도서관 전체 섹션들을 돌아다니면서 뭐가 있나 구경을 했다. 


신간 섹션도 꽤 구색을 갖췄고, 레퍼런스용 자료들도 꽤나 많네- 이렇게 책장 별로 살피면서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외국어 자료 섹션에 Korean 책장이 있는 게 아닌가! *_* 

후다닥 스캔해보니, 책장의 반 정도는 별 관심없는 자기계발서, 성공담 류의 책들이었지만

나머지 반은 읽고 싶었던 한국 소설들, 신경숙이며 황석영이며 박완서 등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_<

신이 나서 이상문학상 작품집 두 권과 엄마를 부탁해, 그리도 다른 책 서너 권을 죄다 빌려왔다.


책 한 바구니를 가득안고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이렇게까지 신이 난 스스로가 좀 서글펐다.

영어가 주 언어가 된 지 하루 이틀도 아닌데, 아직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걸 보면,

내 영어가 내 한국어 수준을 따라잡기는, 아무래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한국어로 된 엄청난 양의 텍스트를 와구와구 읽어치웠던 것처럼 그렇게 '탐독'을 

해 댈 시간이 있지도 않고, 약간의 여유가 난다해도 다른 일에 시간을 쪼개어 쓰기 바쁜 게 현실이니까.

아이쿠, 어쨌든 오늘도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방황하는 건 별 다를 것도 없는 이야기고-


키스 쟈렛, 정경화, 니나 시몬의 시디들 그리고 한국 소설들로 책 바구니를 가득 채워와서 행복한 하루 :)

예쁘장하고 조용해서 좋아하던 동네 도서관이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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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에서 책상 앞에 앉았다. 그간 계속해서 너무너무 바쁘다가, 지난 주부터 조금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근 두 달만에 처음으로 여유있게 점심 먹으면서 올림픽 카약경기도 보고 수다도 떨고 1시간을 쉬었으니까.


올 여름 내내 E랑 둘이서 프로젝트 네 개 정도를 했는데, 둘이 감당하기엔 꽤나 심한 오버로드였고,

자꾸만 바뀌는 세부 계획이며, 여러 사업부가 얽혀서 돌아가는 이해하기 힘든 레벨의 politics하며-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E도 나도 굉장히 지쳤었는데,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A랑 다른 프로젝트 일을 했다. 

오랜만의 변화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A랑 일하는 것도 즐거웠고. 


저녁 여섯 시쯤 퇴근해서 Wholefoods엘 들러 가츠동으로 저녁을 먹고 장을 봐서 

7시 반에 집에 왔는데, 해가 지지 않아서 여전히 온 집안은 뜨거운 공기로 가득찼고,

실링팬을 돌려봐도 바깥 공기가 뜨거우니 별 다를 게 없다. 


미국 오고나서 에어컨 없는 곳에 살아본 건 대학원 첫 학기, 

열악했던 프레시맨 기숙사에 떨어졌을 때 뿐이라, 

1월에 이사올 때는 에어컨이 없는 집일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사실 여름이 되고 나서도 낮 기온 75도, 80도 정도의 선선한 날씨라 괜찮았는데,

지난 주말에 100도를 넘기더니 오늘도 95도 정도...며칠 더 더울 모양이다, 끙.


아무튼- 퇴근은 했지만 더워서 도저히 머리쓰는 일은 못하겠고,

해서 내친김에 온 집안을 청소했다. 설거지를 하고, 부엌 싱크대를 닦고, 빨래를 돌리고

욕실을 닦고, 청소기를 돌리고, 쓰레기랑 재활용품을 덤스터에 내어다놓고...실은 다 주말에 했어야 하는데, 

토요일엔 Mount St. Helens, 일요일엔 에어쇼 다녀오느라 손도 못댔던 탓에 집이 엉망이었거든.


집안을 말갛게 해 놓고, 샤워하고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기온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럽여행 다녀와 초콜렛이랑 기념품을 보내주신 조엘군 어머니한테 메일을 보내고, 

그간 쌓인 사진도 조금 손을 대보고, 그러다보니 벌써 11시가 넘었네. 


내일은 단순한 데이터 manipulation 일거리랑 실험계획 태스크가 있고,

얼마 전 노스웨스턴으로 자리를 옮긴 E가 도와달라는 게 있어 컨퍼런스 콜을 잡았고,

오후엔 Intel Labs에서 프로젝트 엑스포 비슷한 행사를 한대서 

어디 재밌는 IXR 리서치가 있나 체크할 겸 가 보기로 했다. 


달콤한 다운타임은 이번 주가 마지막일 듯 하니,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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