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정리할 것들 때문에 커미티 교수님들한테 사인을 다 받아야해서-
오랜만에 사흘 텀으로 선생님들을 모두 만났다.
커미티 교수님들 중에 유일한 assistant professor인 우드로는
정말이지 오피스에서 얼굴보기 힘들기로 유명한 사람이라서,
수업 시간표를 확인해서 끝나는 시각에 맞춰 찾아갔다.
학부 3000 레벨의 Intro to human factors 클래스였는데
워워,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우루루 줄 서서,
실라버스 뒤져보면 다 나와있을 법한 질문을
교수님한테 끊임없이 퍼부어대는 학부생들...
한 10분을 기다렸다. 한 바탕 스톰이 지나가고-
선생님이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Oh, my. It's such a big class!"
"I know! Are you ready for this yet?"
"Haha, not quite. See, that's why I'm taking this internship."
"Yeah, and I suggest you stay there! Come back to get your degree and all,
but really, academia is crazy!"
사인 받아 나오면서 선생님들 반응을 생각해봤다. 닥터 비는 인더스트리 쪽으로 간다고 영 싸늘한 반응을 보이셨고 (왜? ㅠ_ㅠ)
리사는 나보다 자기가 더 기뻐하면서 축하해줬고,
옆방 교수님은 진짜 좋은 기회라고 하셨고,
우드로는 그냥 거기 말뚝 박으래고.
닥터 비의 반응이 사실 맘에 좀 걸렸었는데- (물론 남이 뭐라건 상관없지만, 그래도 지도교수님에,
이 필드에서 알아주는 대가에...그런 사람이 ㅠ_ㅠ 그러니까...)
이거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랬단 말이지.
뭐 역시, 사람마다 성격도 다 다르고-
그냥 자기한테 잘 맞는 거 찾아가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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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월요일 같지가 않은 월요일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Participant 때문에 썼던 돈 reimbursement가 들어왔고,
지도교수님과는 의외로 굉장히 프로덕티브한 미팅을 했다.
현재 시각은 4시 5분. 오늘은 저녁 7시에 실험이 있다.
Facilitation이 들어가는 컨디션이라서 내가 말을 많이 해야하는 관계로-
지금은 오피스에 앉아서 입 딱 다물고 쉬는 중이다.
오늘밤까지 이슨군한테 리서치 심포지움 포스터도 넘겨야 하는데.
과연, 세션 마치고 늦은 밤에 그걸 할 기운이 남아 있을래나.
잠깐-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슨이가 1저자잖아-
그냥 적당한 선까지 손 봐서 넘겨야겠다. 더 중요한 일이 훨씬 많아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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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마우스 대신 주문했던 리퍼 매직 트랙패드가 도착했다 *_* 좋고나-
데스크탑이라곤 없이 랩탑 한 대로 모든 걸 해결하는 생활을 한 지가
벌써 8년 반쯤 되다보니, 마우스질이 굉장히 서툴렀었는데-
이젠 외부 모니터 연결해서도 트랙패드를 쓸 수 있어서 굉장히 편하다.
라이언에서의 멀티 제스처를 다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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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늘 새 피험자가 한 명 연락을 해왔다 >_< 이 친구는 마케팅 전공.
컴퓨터 엔지니어링 전공하는 친구 남편이랑, 학기 초에 컨택해뒀던 디자인 전공하는 친구-
이렇게 셋을 묶어서, 잘 하면 이번 주말쯤에 다음 팀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Keeping my fingers crossed-
그러고보니 할로윈이라- 미국에 와서 첫 할로윈 때
친구네 파티에 가서 호박등 한 번 파 본 게 전부였는데,
그 때 만들었던 Jack-o-lantern이 꽤 맘에 들었어서
해마다 이맘 때 되면 사진을 다시 꺼내 보곤 한다.
이번 주엔 실험을 네 건 했고, 리크루팅도 꽤 진행됐다. 오늘로 두 번째 팀이 끝났으니까 앞으로 열 팀 남았구나. 사실 끝내고 나면 추가실험을 하고 싶은 아이템들이 있지 싶은데, 일단 그건 끝내놓고 생각해야지.
선생님들이랑 같이 그랜트를 하나 쓰기 시작했는데,
듀는 2월이라 넉넉하게 잡고 같이 아웃라인을 뽑고 지금은 리터러쳐 리뷰 중이다.
2주에 한 번씩 리서치 그룹 만날 때마다 조금씩 진행하고 있는데,
어제는 미팅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규모가 한 사람 학위 논문 분량보단 크지만 그래도
개요는 비슷한 이런 프로젝트 한 개를, 지금 Ph.D. 넷에 대학원생 둘이 붙어서 하는데-
처음부터 생각을 짜내고, 릿리뷰하고, 실험설계하고, 프로포잘 써서 디펜스하고,
리크루팅에 실험에 분석까지 혼자 힘으로 다 해야하는 이놈의 디썰테이션이라는 게,
새삼 강도높은 노동이 맞구나 싶더라.
아무튼 이 그랜트는, 내가 아이디어를 냈고 조금씩 조금씩 프로젝트 안에서
실험해 보고 있던 아이템들을 수정하고 scale up해서 phase 1에선 학교 전체,
phase 2에선 전국 단위로 늘려갈 계획이라 어떻게 풀려갈지 기대된다.
비가 온다더니만, 새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화창한 금요일 오후다.
일단 이번 주 실험은 마무리했으니, 이제 밀린 논문도 좀 읽고 저녁엔 새로 밥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