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rcut

살아가다 2013. 4. 14. 10:40 |

오늘 조엘군 데리고 늘 가던 곳에서 헤어컷. 


무슨 열 살짜리처럼 일자로 앞머리 잘라 오는데 경악하고는

한국 미용실에 데리고 간 지가 꽤 됐다. 


그 동안 좀 길게 자르다가 오늘 짧게 잘랐는데,

원장님이 드디어 스타일 바꾼다고 신나셔서는

무스도 바르고 드라이도 마구 힘 줘 올리셔서- ㅋ_ㅋ

Beanetics에 커피콩 사러 갔다가 앉혀놓고 paper 앱으로 스케치.


(요즘 타블렛으로 그림 그리고 노는데 옛날에 만화 따라 그리던 느낌이 생각나서 재밌다.)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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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님이 Congratulations, Dr. Kim, 하고 악수해 주신 거 보면, 정말 끝이 났나보다. 


2003년 6월에 학부 유학생으로 처음 미국에 왔고-

2006년 12월에 학부를 졸업한 다음 한국에 들어가 영어 강사를 몇 달 하다가

2007년 8월에 석사 1년차로 버지니아 산골 대학원에서 원생 노릇을 시작, 

2013년 4월 1일 오늘, 디펜스를 무사히 마치고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 들어온 지 3년이 넘어갈 무렵- 논문 프로포잘을 하던 시점부터 참 힘들었다.

만성적인 low productivity에 시달렸고, 쫓기는 기분으로 과히 즐겁지도 않은 공부를 

대체 왜 하고 있는걸까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이 시작한 동기들 중에서 프리림도, 프로포잘도 가장 빨리 했었는데-

벽에 부딪힌 기분으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사이에 친한 친구들이 하나 둘 먼저 

졸업하고 떠나는 걸 지켜보는 것,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서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끝냈으니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구하고 싶은 토픽이 아닌, 

intellectually stimulating enough topic에 안주했던 댓가가 혹독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반짝, 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열심히, 

하지만 더 많은 날들은 가라앉는 의욕을 억지로 끄집어 내 가면서-

실험하고, 데이터를 전사하고, 분석하고, 통계 돌리고, 논문 찾아 읽고, 쓰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메쏘드를 뒤늦게 찾아내 좌절하고-

그랬던 3년이 이제 내 뒤에 있어 참 다행스럽다. 

뭐 대단한 연구 결과를 내 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길고 지루했던 내 삶의 한 챕터를 접는 기분이 참 행복해. 


참 오랜만에 내게 끈끈한 소속감을 줬던 대학원이라는 곳, 

My better half, 조엘군을 비롯해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많은 걸 배웠다. 


다 끝내고 나면- 이런 저런 걸 해야지, 하고 공상을 해 본 적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지금까지 고마웠던 분들께 직접 쓴 thank you 카드를 보내는 것 :) 리스트를 만들어야지.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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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공부하다 2013. 3. 31. 03:16 |

미국 와서 제일 부담스러웠던 게 발표다.

뭔 놈의 수업만 들으면 프로젝트 발표가 한 두 번씩은 따라오니-

학부 때는 스크립트를 아예 다 써서 외워서 하기도 해봤고, 

외워 하는 게 티가 나는 게 느껴져서 그 다음부터는

노련해보이려고 농담 던질 타이밍, 내용까지 다 계산해서

스크립트 써서는 연기한단 기분으로 해 보기도 했다.

연습을 하도 했더니 연기력이 꽤 상승해서는 - _- 

학부 마지막 학기 프리젠테이션들은 따로 칭찬도 받고 그랬었는데.


대학원 온 뒤론 발표 준비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정말 없다.

수업 시간에 했던 프로젝트 발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컨퍼런스 발표도 늘 가는 비행기 안에서, 혹은 발표 전날 밤 호텔방에서 슬라이드 만들고.

작년에 인턴하는 동안은 더했었지- 스케줄 여유라곤 없이 분석 끝나면 바로 report-out이라,

미팅 잡아놓고는 정말 시작하기 10분 전까지 자료 고치고 있기 일쑤였다.

인턴십은 하루하루가 면접 같은 기분이라 그렇게 1년 보내고 났더니만

교수님들이랑 친구들 앞 디펜스, 그렇게 프렌들리한 audience앞이면 

별 것도 아닐 거란 건방진 생각도 들었었거든.


아무튼 파이널 디펜스 때는 꼭 여유있게 준비도 하고 

미리 프랙티스 톡도 하고 그래야지 생각했었는데,

- _- 웬걸. 월요일에 디펜슨데 지금도 슬라이드 고치고 있다...


솔직히, 너무 재미가 없다. ㅠ_ㅠ 나도 재미없는데 듣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흑.

Fake it till you make it, 이라지만...이제 한계다. 제발 무사히 넘겼으면.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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