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님이 Congratulations, Dr. Kim, 하고 악수해 주신 거 보면, 정말 끝이 났나보다. 


2003년 6월에 학부 유학생으로 처음 미국에 왔고-

2006년 12월에 학부를 졸업한 다음 한국에 들어가 영어 강사를 몇 달 하다가

2007년 8월에 석사 1년차로 버지니아 산골 대학원에서 원생 노릇을 시작, 

2013년 4월 1일 오늘, 디펜스를 무사히 마치고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 들어온 지 3년이 넘어갈 무렵- 논문 프로포잘을 하던 시점부터 참 힘들었다.

만성적인 low productivity에 시달렸고, 쫓기는 기분으로 과히 즐겁지도 않은 공부를 

대체 왜 하고 있는걸까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이 시작한 동기들 중에서 프리림도, 프로포잘도 가장 빨리 했었는데-

벽에 부딪힌 기분으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사이에 친한 친구들이 하나 둘 먼저 

졸업하고 떠나는 걸 지켜보는 것,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서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끝냈으니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구하고 싶은 토픽이 아닌, 

intellectually stimulating enough topic에 안주했던 댓가가 혹독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반짝, 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열심히, 

하지만 더 많은 날들은 가라앉는 의욕을 억지로 끄집어 내 가면서-

실험하고, 데이터를 전사하고, 분석하고, 통계 돌리고, 논문 찾아 읽고, 쓰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메쏘드를 뒤늦게 찾아내 좌절하고-

그랬던 3년이 이제 내 뒤에 있어 참 다행스럽다. 

뭐 대단한 연구 결과를 내 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길고 지루했던 내 삶의 한 챕터를 접는 기분이 참 행복해. 


참 오랜만에 내게 끈끈한 소속감을 줬던 대학원이라는 곳, 

My better half, 조엘군을 비롯해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많은 걸 배웠다. 


다 끝내고 나면- 이런 저런 걸 해야지, 하고 공상을 해 본 적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지금까지 고마웠던 분들께 직접 쓴 thank you 카드를 보내는 것 :) 리스트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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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공부하다 2013.03.30 14:16 |

미국 와서 제일 부담스러웠던 게 발표다.

뭔 놈의 수업만 들으면 프로젝트 발표가 한 두 번씩은 따라오니-

학부 때는 스크립트를 아예 다 써서 외워서 하기도 해봤고, 

외워 하는 게 티가 나는 게 느껴져서 그 다음부터는

노련해보이려고 농담 던질 타이밍, 내용까지 다 계산해서

스크립트 써서는 연기한단 기분으로 해 보기도 했다.

연습을 하도 했더니 연기력이 꽤 상승해서는 - _- 

학부 마지막 학기 프리젠테이션들은 따로 칭찬도 받고 그랬었는데.


대학원 온 뒤론 발표 준비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정말 없다.

수업 시간에 했던 프로젝트 발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컨퍼런스 발표도 늘 가는 비행기 안에서, 혹은 발표 전날 밤 호텔방에서 슬라이드 만들고.

작년에 인턴하는 동안은 더했었지- 스케줄 여유라곤 없이 분석 끝나면 바로 report-out이라,

미팅 잡아놓고는 정말 시작하기 10분 전까지 자료 고치고 있기 일쑤였다.

인턴십은 하루하루가 면접 같은 기분이라 그렇게 1년 보내고 났더니만

교수님들이랑 친구들 앞 디펜스, 그렇게 프렌들리한 audience앞이면 

별 것도 아닐 거란 건방진 생각도 들었었거든.


아무튼 파이널 디펜스 때는 꼭 여유있게 준비도 하고 

미리 프랙티스 톡도 하고 그래야지 생각했었는데,

- _- 웬걸. 월요일에 디펜슨데 지금도 슬라이드 고치고 있다...


솔직히, 너무 재미가 없다. ㅠ_ㅠ 나도 재미없는데 듣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흑.

Fake it till you make it, 이라지만...이제 한계다. 제발 무사히 넘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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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공부하다 2013.02.21 18:17 |

그제와 어제는 정말 많이 쓰질 못했다. 

역시 난 일 호흡이 짧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단기간에 집중해 끝낼 수 있는 프로젝트라든가 

팀이 있어서 자극받고 도와가면서, 

accountability 따져야하는 프로젝트들은 잘 하면서, 

혼자 골방에 박혀 길게 주절주절 썰을 풀어야하는- 

그것도 백만년째 붙들고 있는 이놈의 논문은 왜 이리 꼼지락대는지. 


드래프트 약속한 날짜가 다가온다. 

실제로 머리를 굴려 쓰는 시간과, 이거 얼른 써야하는데 

걱정하며 보내는 시간이 거의 비등비등, 한심하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찮고, 

자꾸만 시비걸고 싶고, 

싸우고 싶고. 

참, 그르타.


오늘 마무리 하기로 정해놓은 챕터가 있는데,

운전면허증을 변경+갱신해야해서 DMV에 다녀오느라

학교 들어온 게 이미 오후 세 시에 가까운 시각이었다. 


선배가 참고하라고 한 달 전에 건네준 페이퍼를

지금에서야 들춰보고는 내가 삽질한 걸 깨닫고 또 답답해하고.

그런데 오늘 끝내기로 한 챕터는 이거랑 아무 상관없는데-

자꾸만 여기저기 산만하게 흩뿌려지는 정신하고는. 


------


여기까지 쓰고 있다가, 

후배가 지나가다 날 알아보고는 이것저것 묻는데 답하고,

질문에 답을 해 주다 보니 아, 이거 얼른 써야겠다는 

위기감이 확 들어서 열심히 메쏘드 챕터를 고쳤다. 


- _-; 나는 qualitative data 디스커션을 써야한다고 지금. 


끙. 


쓰자. 저녁밥으로 맥앤치즈도 먹었는데, 

이 어마어마한 양의 carb와 fat에 상응하는 글을 써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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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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