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에 해당되는 글 47건

  1. 2010.12.10 수트케이스
  2. 2010.12.06 심연
  3. 2010.11.11 Crazy Injection of Fall Colors
  4. 2010.10.13 October 6
  5. 2010.09.04 설 곳을 찾는 것.
  6. 2010.08.14 부족함
  7. 2010.08.09 연애
  8. 2010.07.15 Advice for a Thesis Defense 1
  9. 2010.07.12 Acknowledgment
  10. 2010.06.16 여름날

수트케이스

살아가다 2010. 12. 10. 13:30 |


학교도, 일도, 사람들의 존재도- 혹은 부재도- 다 염증이 난다, 고 생각한 순간. 
I felt like I needed to be near someone who would appreciate my presence.

연구실 나갈 가방을 챙기다 말고,
수트케이스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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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살아가다 2010. 12. 6. 06:46 |
단단하게 구워진 조그만 진흙판이 짙고 푸른 물 속으로 조용히, 아주 천천히 가라앉는 그림이 떠올랐다.
나는 물결따라 흔들리는 배 위에 서서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아래로 꺾어,
갈색이 점점 옅어지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본다. 
투명한 햇살이 비치고, 매운 바람이 불고, 짙푸른 물이 뱃전에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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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조엘군과의 대화.

"Oh, by the way, you'll get a package in the mail tomorrow that needs to be returned. 
I ended up not changing the address when I ordered it. You should send it right back. 
I'm not sure if they have a return slip in the package...I'll find out and let you know."

"Okay, I needed to go to the post office anyway, sure. I'll take care of it."

이사가기 전까지 주소를 내 아파트로 돌려놨었기 때문에, 조엘군 메일이 심심찮게 날라오는지라 그러려니 했지-
방금 운동하러 갔다가 돌아왔는데, 익숙한 녹색과 갈색의 ProFlowers 박스가 문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다. 


상자 안에서 꼭꼭 눌렸지만 그래도 이쁜 컬러는 그대로인 peruvian lilies. 



Crazy injection of fall colors, indeed. 
All of a sudden, my day just completely lit up. :) 
I'm fully armed with fall colors now, bring it on,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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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살아가다 2010. 10. 13. 00:45 |
읽고 있는 책은 How to do Discourse Analysis by James Paul Gee. 
아침 내내 트랜스크라입을 했지만 transcription해야할 데이터는 거의 3주치가 밀렸고, 
읽으려고 골라 놓은 논문들은 일곱 개쯤 두서없이 space 2에 치워져있고,
금요일까지 내야하는, 타이틀만 타이핑 해 놓은 컨퍼런스 프로포절 앱스트랙이 하나, 
왼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니 엄지와 검지에만 연한 핑크색 매니큐어를 발라놨다. 
어제 선배에게서 얻어온 책장과 선풍기는 아직도 차 트렁크에 실려있고, 
깨끗한 수건은 단 한 장도 남질 않아서 오늘은 빨래를 기필코 해야하며,
만년필엔 잉크가 다 떨어졌고, 내일이면 조엘군이 블랙스버그를 떠난다. 

읽고 싶은 책은 입 속의 검은 잎. 
가고 싶은 곳은 체코. 
갖고 싶은 것은 부드러운 가죽의 갈색 웨지힐.
하고 싶은 것은...비행코스에 등록해 조그만 비행기를 모는 것. 

가난한 현실의 나는, 한 시간 뒤면 카메라와 랩탑을 등짝에 가득 짊어지고 
내게 살 집과 먹을 것을 마련해주는 실험을 하러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길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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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을 찾는 것.

살아가다 2010. 9. 4. 15:13 |
대학원에 온 뒤로는 늘 따라다니는 고민. 
내가 마지막에 서고 싶은 자리는 어디이며,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를 어떻게 포지셔닝 해야 하나. 

반짝대며 시선을 잡아채는 눈부신 것들이 많다. 
끝없이 촉을 뻗치는 호기심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대다가, 결국은 번잡한 곁가지 속에 길을 잃는다. 

늘 살피고 관심을 뻗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선택과 집중이다. 

회사 쪽과 스케줄이며 말 못할 뒷 사정이 많아 제대로 
실험 스케줄을 못 잡고 있는터라, 조금 늘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미 데이터 컬렉션을 시작한 상태. 

잠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 실험 프로토콜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 앉았다. 
속으로 든 생각은- This is it. This is going to be my DISSERTATION. 
So for the rest of my life, whenever someone asks me what I did for my Ph.D., I get to talk about this. Nothing else."

이미 프로포절을 한 지 꽤 됐고, 데이터 컬렉션까지 시작한 마당이지만, 
뭐랄까 조금 더 명확하게 내가 집중해야 할 것들이 말갛게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난 역시 team의 'behavior'에, 사람과 공간, 사람과 도구,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인터랙션에, 
그리고 collaborative (아직도 최종 term은 결정을 못했으므로 일단은-) 
mental model convergence가 일어나는 '과정'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

그걸 어떻게 새로운 프레임웍으로 해석해낼지, 혹은 어떤 탠져블한 결과물로 
만들어 낼 지는 데이터 나오는 거에 따라서 지금부터 차근차근 해가면 될 일이고.


어쨌거나- 뜬금없지만, 
내가 가지도 않을 샛길에 혹하지 말자. 
혼자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루틴을 확보하자. 

라는 게 오늘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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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

살아가다 2010. 8. 14. 01:14 |
내 나태함의, 모자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휘청. 
덤벼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걸 구해 시작하지 못한 게 
글쎄, 일단은 내 한계고 내가 처한 현실. 
충분히 재미있고, 내게 맞도록 두드려 늘리고 깎아내 고쳐왔지만
재미있다, 알고싶다- 는 것만으로는, 지금 내게 필요한 
120퍼센트 효율의 에너지원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걸 느끼고 답답할 때가 있다. 
좀 독한 마음을 먹고 지긋이 파고들어야.

선택. 집중. 절제. 절용. 
지상 과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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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살아가다 2010. 8. 9. 01:56 |
No, he's not running from me, and No, I'm not going to try convincing him to stay here. 
너무나 전통적인 가치관에 충실한 친구는 여자가 남자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편다. 

연애가 대체 뭔가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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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군의 thesis defense가 이제 열 두 시간도 채 남질 않았다. 
프리젠테이션 연습하는 걸 봐 주고 있는데, 조엘군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조엘이 긴장된다고, 준비는 다 했는데 그래도 nervous하다고 타잇한 목소리로 말하자-
닥터 알론 왈, 

"Dazzle them with your brilliance, and if that's not enough
baffle them with your bull-shit!"

Okay, that really made my day. 키득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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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knowledgment

살아가다 2010. 7. 12. 10:26 |

조엘군 논문 디펜스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해서 요즘은 한창 막바지 논문 수정과 디펜스 프리젠테이션 준비로 분주하다. 
논문 마무리 단계가 되다 보니, acknowledgment를 썼고, 
그걸 오늘 나한테 보여줬는데- 제일 마지막 이름이 내 이름이다. 
기뻤고, 고마웠고, 그리고 동시에 묘했다. 

예정대로 작년 여름 끝날 무렵, 혹은 가을쯤 졸업했더라면 
내 이름은 저기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내년 언제가 되었든, 내 논문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을 때-
그의 이름을 가장 마지막에 따로 언급할 수 있을지, 싶기도 하고.

가장 친했던 친구인 엘양과 이런저런 일 때문에 서먹한 요즘.
어떤 이가 고마운지, 지금 과연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는 건지를 자꾸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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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살아가다 2010. 6. 16. 03:15 |

1.
오늘도 어김없이 날이 덥고 끈끈하다.
요즘 좀 이상한 게, 아무리 늦게 자도 아침 일곱 시 반이면 눈이 떠진다.
알람이 몇 시에 맞추어져 있든 상관없이, 새가 울고, 빛이 반짝이고, 눈을 뜨면- 일곱 시 삼십 분.

2.
지난 2주 동안 가족들과 여행을 갔던 조엘군이 어제 돌아왔다.
선물로 Ghirardelli 에서 다크초콜렛을 입힌 에스프레소 빈 한 통,
그리고 Viansa에서 메를로 들어간 초콜릿 한 통.
작년 1월에 혼자 샌프란시스코에 여행갔을 때 갔던 나파밸리-
Viansa라는 와이너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이 들어간 다크초콜렛 스프레드를 한 통 사왔었는데
거의 다 먹어가던 참이라 안타까웠거든. 나파에 간다길래, 그럼 Viansa 찾아가서 초콜렛 사오라고 농담했는데
진짜 그 와이너리를 찾아가서 사다준 것. 그 마음씀이 고마웠다.

3.
옛날 사진들을 뒤적거리다가, 서울에 두고 온 천체망원경을 찍어둔 게 나왔다.
고등학교를 그만둔 직후, 아버지께서 축하한다며 선물로 사주셨던 반사식 망원경.
수동이라 별을 추적할 수도 없고, 그래도 열심히 손으로 돌려가면서 별도 달도 많이 봤었는데.

'축하한다.'라고, 말씀하셨던 아버지.
한국을 떠날 때도, 아빠의 마지막 한 마디는 그랬다.
어깨를 툭툭 쳐주시면서, 축하한다-고.
내 삶의 중요한 터닝포인트엔, 아빠의 축하가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잠시.
두 번 모두 무모해 보였을 선택이었는데도.

같은 옛날 사진 폴더에서, 내가 네 살 때, 외국 출장가신 아버지한테
나랑 언니랑 엄마랑 같이 썼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찍어둔 사진도...


비뚤비뚤, 현아는 아빠가 좋아-라고 '그려'놓았다.
그냥, 이런 사진을 보면 그 때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였던 엄마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싶고.
두 딸을 다 키워놓은 지금의 우리 엄마아버지는 또 어떤 마음이실까, 싶고.
어제 오랜만에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를, IRB 프로토콜 쓰느라 바쁘다고 일찍 끊은 게 맘에 걸리고, 그렇다.

그냥, 약간의 여유에, 또 마음은 멀리멀리 detour, 그런 유월 중순의 여름날.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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