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먹을 걸 남겨두지 않아서, 
우유에 때마침 도착한, 후유님이 보내주신
터키쉬 딜라잇을 집어 먹으면서 거의 탈진할 때까지 청소.

Move out inspection을 끝내고,
엘양이랑 디군이 와서 같이 짐을 차에 싣고 
버릴 것들을 다 덤스터에 내다 버리고.
결국 체크인 백에 다 맞춰넣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또 따로 박스를 하나 꾸려 우체국에서 새 주소로 부치고,
그러곤 선배들 잠깐 만나 커피 마시면서 인사하고-
엘네 집에 와서 저녁 먹으면서 빅뱅 띠어리를- ㅎ_ㅎ

긴 하루의 끝.
엘네 집 빨간 소파에 이불을 덮고 앉았다.
2007년 8월부터, 이 곳에서 4년 반을 지냈구나. 
지금 자리를 깔고 누운 이 소파에서 엘이랑 틴이랑 앉아
우리는 대체 왜 박사를 하고 있는걸까 같은
말도 안 되는 신세한탄을 했던 걸 다 합치면 대체 몇 날일까. 

새삼 떠올랐다, 여기에 와서- 엘. 틴. W. Y. H. E. S. K. 그리고 조엘.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 외롭게 스스로와 지난하게 싸우던 시간들.

인턴십을 끝내고 올해 말에는 돌아올테지만-
그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떠났을테고, 
내가 아는 블랙스버그가 아니겠지, 더 이상. 

다시 또 낯선 곳에서, 혼자, 새로운 시작이다.
가슴 두근대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마음을 나눌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소중한 이들과 끈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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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craft

살아가다 2012. 1. 7. 05:11 |


목소리가 멋진 조엘군...언제였더라, 책 읽어달래놓고 녹음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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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두고 싶었던 말

재잘대다 2011. 12. 31. 06:16 |
1.
어제 문득, 나는 허영심이 넘쳐나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그 방향이 눈에 바로 띄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물건,
(예를 들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가방이나 구두 같은 것)쪽으로 튀지 않았을 뿐.

왜 그런 realization이 들었는 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제 떠올랐을 때 바로 적어 두었으면 좋았을텐데.  

2.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은?
김근태 의장의 타계 소식을 듣고 이런 저런 기사들을 읽다 굉장히 답답해졌다. 
중학교 때 배웠던 국사교과서엔 한국 근현대사가 죄다 뭉뚱그려서 반 페이지 정도 기술돼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국사를 배우기는 했던가? 그 때만 해도 수능 필수 과목이었으니까, 아마도 배웠겠지-
참고서에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있었던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챕터를 읽고
왜 지금까지 이런 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지, 속이 울렁거렸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에서 뛰쳐나오지 않고 3년을 꼬박 채웠더라면, 좀 더 의미있는 것들을 배웠을까.

내가 다녔던 그 학교에선, 국영수를 참 철저하게도 가르쳤었다. 
국어A, 국어B, 문학-이렇게 국어 세 과목,
영어회화, 영어A, 영어B- 이렇게 영어 세 과목,
수학A, 수학B, 수학C-이렇게 수학 세 과목. 

미국 역사를 읽고 싶다면 Howard Zinn의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를 읽으라고들 하는데,
한국 근현대사를 읽고 싶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주변에 역사를 전공한 친구라곤 없는 공대생의 비애라니.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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