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활'에 해당되는 글 54건

  1. 2010.06.26 의지하다
  2. 2010.06.16 여름날
  3. 2010.06.13 Nightmare
  4. 2010.05.09 토요일, 끄적끄적.
  5. 2009.09.30 Limited Capacity 3
  6. 2009.09.16 Torgersen Bridge
  7. 2009.09.07 Communication
  8. 2009.09.04 웅. 2
  9. 2009.09.01 2009년 8월 31일, 주절주절
  10. 2009.08.12 2009년 8월 11일- 오늘같은 날은. 2

의지하다

공부하다 2010. 6. 26. 03:36 |
요즘,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의미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잦다. 
이건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연구하는 리서쳐로서 절대 피해야 할 독같은 습관이다. 

대학원생 기숙사에 살 때는, 편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끌고서 1층 리딩룸에 내려와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마냥 술술 풀려나오지만은 않는 페이퍼를 붙잡고
몇 시가 됐건 스스로와 씨름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그 '과거'의 습관에 기대어 보려고, 
세미나를 벗어나 GLC 리딩룸엘 왔다.

물리도록 들었던 Michel Petrucciani의 September Second를 아이튠즈에 걸고,
은색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끝의 경쾌한 감촉을 느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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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살아가다 2010. 6. 16. 03:15 |

1.
오늘도 어김없이 날이 덥고 끈끈하다.
요즘 좀 이상한 게, 아무리 늦게 자도 아침 일곱 시 반이면 눈이 떠진다.
알람이 몇 시에 맞추어져 있든 상관없이, 새가 울고, 빛이 반짝이고, 눈을 뜨면- 일곱 시 삼십 분.

2.
지난 2주 동안 가족들과 여행을 갔던 조엘군이 어제 돌아왔다.
선물로 Ghirardelli 에서 다크초콜렛을 입힌 에스프레소 빈 한 통,
그리고 Viansa에서 메를로 들어간 초콜릿 한 통.
작년 1월에 혼자 샌프란시스코에 여행갔을 때 갔던 나파밸리-
Viansa라는 와이너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이 들어간 다크초콜렛 스프레드를 한 통 사왔었는데
거의 다 먹어가던 참이라 안타까웠거든. 나파에 간다길래, 그럼 Viansa 찾아가서 초콜렛 사오라고 농담했는데
진짜 그 와이너리를 찾아가서 사다준 것. 그 마음씀이 고마웠다.

3.
옛날 사진들을 뒤적거리다가, 서울에 두고 온 천체망원경을 찍어둔 게 나왔다.
고등학교를 그만둔 직후, 아버지께서 축하한다며 선물로 사주셨던 반사식 망원경.
수동이라 별을 추적할 수도 없고, 그래도 열심히 손으로 돌려가면서 별도 달도 많이 봤었는데.

'축하한다.'라고, 말씀하셨던 아버지.
한국을 떠날 때도, 아빠의 마지막 한 마디는 그랬다.
어깨를 툭툭 쳐주시면서, 축하한다-고.
내 삶의 중요한 터닝포인트엔, 아빠의 축하가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잠시.
두 번 모두 무모해 보였을 선택이었는데도.

같은 옛날 사진 폴더에서, 내가 네 살 때, 외국 출장가신 아버지한테
나랑 언니랑 엄마랑 같이 썼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찍어둔 사진도...


비뚤비뚤, 현아는 아빠가 좋아-라고 '그려'놓았다.
그냥, 이런 사진을 보면 그 때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였던 엄마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싶고.
두 딸을 다 키워놓은 지금의 우리 엄마아버지는 또 어떤 마음이실까, 싶고.
어제 오랜만에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를, IRB 프로토콜 쓰느라 바쁘다고 일찍 끊은 게 맘에 걸리고, 그렇다.

그냥, 약간의 여유에, 또 마음은 멀리멀리 detour, 그런 유월 중순의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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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mare

살아가다 2010. 6. 13. 13:23 |

랩탑이 조각조각 뜯겨나가는 악몽을 꿨다.

게으름뱅이 모드일 때, 침대에 모로 누워서 랩탑을

눈 앞에 같이 모로 세워 쳐다보는 짓을 가끔 하는데,

꿈 속에서 마침 그러고 있던 참에 모니터와 본체를

연결하는 hinge가 부서져서 상판과 하판이 흔들대더니만-

모니터가 분리돼서 기우뚱, 하고 뒤로 넘어가더라.

그런 다음엔 배터리의 한쪽 모서리가 주저앉아 찌그러진 채로

본체에서 뜯겨나오고, 하판의 latch 버튼 앞에 생겨있던 유격이

더 벌어지더니 곧 트랙패드 주변이 갈라지면서

트랙패드가 아래로 쑥 빠져버렸다.

곧 이어 하판이랑 분리된 상판에서는

모니터 부분만이 알루미늄 판에서 뽑혀나오더니만,

마지막으로 하판 트랙패드가 빠져나가고 없는 구멍으로

랩탑 내부의 칩이며 온갖 부속품들이 스멀스멀 빠져나오는 것으로 마무리.


꿈 속의 나는 패닉 상태에 빠져선 눈앞에서 목격한 광경의

처참함에 몸서리치면서 미처 백업하지 못한 최근 자료들과

랩탑을 새로 살 형편이 못된다는 걸 동시에 걱정했다.


뭐 이런 꿈이 다 있는지. 굉장히 끔찍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

애완동물이 눈 앞에서 살해당하는 걸 목격이라도 한 그런 기분이었다.

아무리 종일 끼고 산다지만 그저 전자제품, 어디까지나 물건일 뿐인데-

해체되는 그 과정이 어찌나 생생하고 잔인하게 보이던지.


차라리 클래식하게 귀신이 나오는 악몽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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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엘은 아일린의 졸업식에 참석하러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내려갔다. 
나도 초대를 받긴 했는데, 일이 많다는 핑계로 함께 가지 않았음. 
다음 주 금요일엔 조엘의 commencement라 그의 가족들이 다 올테니까. 


#2
지난 2주 정도 매크로 프로젝트 보고서, 클라이언트 발표, 클래스 발표 등등으로 
굉장히 바빴는데, 다행스러운 건 그런 일련의 행위들이,
(스스로를 조금 더 밀어 붙이고, 많이 읽고, 생각하고, 쓰는) 
기분 좋은 하이텐션을 갖고 오더라는 것. 
사실 이번 학기 내내 자꾸 늘어지는 마음을 추스려 공부하고 일하느라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좋으네, 지금은.


#3
집에 케이블 TV가 없다. 로컬 공중파도 digital TV로 바뀌면서 나오질 않기 때문에,
텔레비전은 그냥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것들만 본다. 
미국 드라마랑 토크쇼 두어 개 훌루에서 챙겨보고,
그리고 가끔 보는 게 네이버 스포츠에서 해 주는 한국 프로야구인데,
부산에서 태어났고, 엄마아버지가 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사직구장에 다니셨기 때문에- 일종의 모태신앙(?)에 가까운 자이언츠 팬덤인 셈. 

(작년에 네이버 야구 동영상, 동시 접속자수 제한이 생기면서 해외에선 도저히 볼 수가 없었는데-
올해 네이버에서 제한을 다시 풀었다. 그러더니 스노우 레오퍼드로 업그레이드 한 뒤로 안나와서 
또 뭔가 했었는데, 64비트로 설정 돼 있는 사파리를 32비트로 다운그레이드 하고 
실버라이트 최신 버전 깔면 나온다는. 사파리랑 파이어팍스는 되는데, 크롬은 지원하지 않음. 
근데 이게 집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또 -_- 안나오는데, 학교 VPN을 통하면 나오는...
아, 암튼 꽤나 복잡하지만 아무튼, the point is, I CAN watch those replays on Naver.)

오늘 오피스에서 몇 시간 테드 번역 리뷰 작업을 끝내고 집에 와서는
풀 게임을 봐야겠다고 별렀던 조정훈 선발의 롯데와 두산의 경기,
다시보기를 틀고 맥주를 한 병 열었다. 

조정훈 선발에, 조성환 박기혁도 복귀했고, 클린업트리오도 건재하고-
타선 폭발한 재밌는 게임이었는데다, 또 해설은 하일성 아저씨-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_<

2년 전에 마지막으로 한국에 갔을 때, 
그 여름은 정말 맥주와 야구로 점철된 한 달을 보냈었다. :-)
잠실구장에 롯데 경기를 두어 게임쯤 보러 갔었고,
저녁에 야구할 시간이 되면 아버지 사무실에 가서, 
혹은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같이 맥주 마시면서 야구를 보곤 했었다.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로 포크볼을 던져대는 조정훈 투수를 참 좋아했었는데,
손민한 투수가 여전히 부상으로 재활중인 지금, 
그 때만해도 유망주에 끼던 조정훈이 팀의 에이스란다. 헤헷.

여름에 한국 가는 것- 더워서 별로지만, 그래도 엄마아버지랑 야구장 가고싶다. 
등에 맥주통 지고 다니면서 팔던 잠실구장 하이트 총각들은 여전하려나. 

(한국 티비를 정말 백만년만에 보는 셈인데, 광고 시간 때마다 뭔 놈의 
대출 광고가 저리 많이 나오는지. 고리대금업자들아냐, 쟤네들 다. 끙.)

암튼, 잡담은 이쯤. :-)
Posted by CoolEngineer
:

Social network analysis 관련해서 트위터를 검색하다 스위스에 있는 @plotti 란 
친구를 follow한 지 좀 되었는데, 이 친구 타임라인을 따라가다 보니 유용한 정보가 꽤 있다.

후. 아무튼. 코스웍 관련 논문들...내 프로포절 lit review에 들어갈 논문들 재분류...
어젯밤에 머릿 속에 떠오르는대로 마구 타이핑해둔 rough draft...
issuecrawler며, Max Planck Institute 웹사이트에서 발견한 재밌는 연구들...

이것저것 늘어놓고 보니, 딱 내 머릿 속이 저렇다. 지금. 
뇌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으니.

1:24am. 결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는 건 아는데,
가끔 이렇게 조바심이 날 때가 있다.

자자, 하나씩 tackle 하고 처리 끝난 창은 닫아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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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rgersen Bridge

재잘대다 2009. 9. 16. 02:46 |
학교 안에서 내가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내 오피스도, 도서관도 아닌 토거슨 브릿지. 

이 곳은 중앙도서관인 Newman Library 4층과 Computer Science 건물 (다른 과도 있지만 주로 CS)인 
Torgersen Hall을 연결하는 다리. 양쪽으로 늘어선 컴퓨터 부스엔 아이맥이 줄줄이 놓여있고,
중앙 홀에는 책상과 의자를 놓아서 스터디 라운지로 꾸며놓았다. 


Image source: http://www.flickr.com/photos/briansewell/543301347/

대학원 첫 학기를 시작했던 2007년 가을에는 과에서 내 연구실을 지정받지 못했고,
게다가 기숙사 신청을 늦게 했던 탓에 학부생 기숙사 (그것도 Freshman dorm...)에 살았기 때문에-
공부할 곳이 마땅치가 않아 늘 도서관과 대학원 중앙 건물을 헤메다니곤 했는데
여러 곳을 전전하다 정착했던 곳이 여기, 토거슨 브릿지.


Image Source: http://www.flickr.com/photos/kevincupp/383278101/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내는 적당한 소음이 있고, 높은 천정이 있고,
트인 공간이라 다른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다 보여서-
괜히 나도 집중해야할 것 같은 기분좋은 프레셔가 공존하는 곳. 

지도 교수님과의 길었던 미팅을 끝내고,
스블라키에서 기분좋은 점심 뒤, 브릿지에 도착. 
오늘은 저녁까지 여기서 공부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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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unication

열망하다 2009. 9. 7. 23:32 |
등산길에서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하이커를 만났다. 
우리 그룹은 나 + Computer Science 대학원생 넷, 이렇게 다섯이었는데-
길을 묻던, AT를 다 하이킹 중이시라는 할아버지가 
너희들은 어떻게 만난 친구들이니, 하고 관심을 보이신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수학과 엔지니어링, 컴퓨터와 인터넷, 테크놀로지의 방향-
공학도로서의 미래, 가르치는 이로서의 자세-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미주리대 수학과 교수님이셨다는 이 분은, 우리들이 어떤 공부를 하며 왜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는데-
그룹의 유일한 Industrial engineer였던 내게 물으신다, 넌 concentration이 뭐고 박사학위 받고 나면 뭘 할 계획이니? 
그 질문에 머뭇머뭇 난 휴먼팩터를 공부하고 졸업하면 일단 티칭보다는 corporate research 쪽으로 갈거라고 말은 했지만-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나는 스스로를 어필하는 능력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 
그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내 연구에 대한 확신을 아직 갖지 못했다는 것. 

지난 달 로녹의 서점 주인 할머니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What is human factors and what's your research about?"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는데, 어제도 똑같았다. 

Why did I get into human factors in the first place? 
What is human factors engineering, again?

대학원에 와서 맞는 다섯 번째 학기. 
다시 원론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는 스스로가 절망스럽지만. 
휴먼팩터와. 항공과. 세이프티를 하나로 묶어보고자 하는 건 그리 큰 꿈도 아닐텐데. 
Team effectiveness 연구와 CRM은 정말 가까운 컨셉임에 틀림없는데.
 
내가 왜 이 공부를 하는지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티브를 coherent하게 정리해 말하고 싶다.  

굳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 모티브와 가고자 하는 방향 정도는 커뮤니케잇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러기 위해선-역시.
좀 더 깨어있고,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배우고 발전하고 반성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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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재잘대다 2009. 9. 4. 23:50 |
이번 주말에는-

0. 리써치: Cultural Ergo 리딩, add something (probably revised research model) to the proposal (sigh),
지난 주 & 이번 주 데이터 정리, SMM 인스트루먼트 드래프트 수정, 실험 디자인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준비
1. 집안일: 온 집안 배큠, 욕실청소, 밥해서 얼려놓기,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 다 써야한다는...된장찌개랑 카레랑 호박나물? -. -
2. 운동: 수영이랑 웨잇 (금), 하이킹 (토), 러닝 (일)
3. Misc: 시디랑 디비디 블로그 포스팅 (!!), 토요일밤 풋볼, 일요일 저녁에 Seon군 도착

아이쿠. 바쁘네. 

학기 시작한 지 2주쯤 되었다. (벌써!)
잠을 줄이고 루틴을 수립하는 건 어느 정도 되었으니,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에 힘쏟아야겠구나.

아...그제 오픈해버린 와인도 다 마셔야 하는데.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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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요즘은 좀 심하다 싶을만큼-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을 기록하는 작업에 소홀해져있다. 
손으로 쓰는 일기도, 손으로 쓰기 귀찮을 때 fragment 폴더에 쌓아두는 텍스트 파일로 쓰는 일기도,
아니면 하다못해 싸이월드나 블로그에 남기던 글줄도 전혀 손대지 않은지가 한 달여.

가끔 넋두리에 가까운 짧은 몇 문장을 트위터에 남겨놓은 적은 있을 지 모르지만, 트윗은 너무 짧아서. 
그게 다라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또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함으로써 얻게 된 것은 무엇인지- 
전혀 정리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할까. 물론, 다 내가 게을러서 그런 것이겠지만.

 
둘. 
좀 더 열중해서 하루를 꽉 채워 살아가고 싶은데. 그래야 하는데. 
봄학기 동안, 정말 burn out 될 정도로 스스로를 다그치며 산 다음, 
여름부터 시작된 무기력증을, 가을학기가 시작된 지금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생산해내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꿀 필요가 있다. 
캘린더에 리스트업 된 to-do 아이템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신명나 할 순 없나. 
분명히 하나, 또 하나 지워가는 재미를 느꼈던 날들이 있었는데. 


셋. 
내 머리로 연산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라니, 씁쓸하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종이에 닿는 펜의 감촉을 즐기고, 손가락에 박힌 못을 즐겁게 쓸어보면서. 
공부할테다. 다행히도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넷. 
"Intelligence is necessary, but persistence is absolutely necessary."
자꾸만 떠오르는 이 문장. 
유치하지만 프린트해서 책상앞에 붙여놓을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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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잠을 못잔 날은 하루의 시작이 상쾌하지 못하다.

아침 첫 커피를 마시려고 그라인더에 커피를 갈았는데,
너무 가늘게 갈려서 크레마가 검붉게 나오는 에스프레소. 
그럭저럭 챙겨마시고, 요거트 하나 집어들고 연구실로.

교수님하고 미팅까지는 좋았는데. 길지도 않으면서 필요한 이야긴 다 했고,
대충 타임라인이랑 플랜도 나왔고, 졸업생들 프로포절도 샘플로 받아왔고, 
이 정도면 어디 한 번 해 볼만 하다는 기분에 한껏 들떴었어. 

그렇지만 그것도 한 순간, 곧 엄습한 writer's block에 또 좌절하다가-
프리림을 막 시작한 친구에게 커피메이커도 빌려주고
빵도 좀 가져다 줄 겸 다시 학교로 향했는데, 
가는 도중 스탑사인에 제대로 서지 않았다고 티켓먹고. 
오피스 갈 때 원래 토거슨 쪽으로 좌회전 안하는데, 
하필 오늘따라 그 길로 가다가. 왜 그랬다니. 쳇. 

주말에 DC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놈은 전화도 한 통 없고. 
대책없긴. 이러다 내가 확 back out 해버리면 어쩔 셈인지. 

후. 아무튼, 이래저래 심적으로 많이 지친 화요일 밤, 이런 생각이-

뭐 자폐증상이라고 불러도 좋고,
인생 재미없게 산다고 욕해도 상관없으니까,
다른 누구도 케어하지 않고 혼자 hermit마냥 
아파트에 콕 박혀서 인터넷으로나 소통하면서.
프로포절 백 장쯤 쓰기 전까지 밖으로 안나갔음 좋겠다-라고.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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