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시간을 랩탑 앞에 앉아 진도를 못 나가고 있으니, 자꾸 만년필에 눈이 간다.

오늘은 펠리칸 M205가 자꾸 눈에 들어와서 리뷰 읽어보고 괜히 eBay 뒤져보고...-. -a  

뭐, 그럼 뭐하나- 만년필 지를 여력은 안 되고, 파카 큉크 블루블랙을 한 병 질렀다. 


2. 

지난 주 프로그레스 미팅 들어갔을 때 폼에 사인해달라고 프레라를 내밀었었는데, 

K교수님, W교수님 두 분다 만년필 덕후인 걸 그제서야 알았다. 

폼은 보지도 않고 이 펜은 뭐니, 일본 거구나, 어디서 구했니-

온라인에서 주문한거라 하니 당장 그 웹사이트 이름 내놓으라 하시더라. ^^;

졸업할 때 감사 선물로 J. Herbin 애니버서리 잉크나 한 병 사드릴까, 싶었다.


3. 

3년전이던가, 처음으로 샀던 만년필은 파란색의 라미 사파리, 스테인리스 스틸 EF촉이었다. 

사각사각, 꽤나 강성의 촉이었고 종이를 긁는 느낌이 강했고, 길들이는데 한 달은 넘게 걸렸었다. 

딸려온 라미 블루 잉크는 꽤 연하게 흘러 맘에 안 들었었는데, 누들러스 블랙 잉크로 바꾼 뒤론 꽤 만족스럽게 썼다. 

언니가 달라고 졸라서 언니한테 보내주고, 나는 파일럿 프레라를 질렀었지. 


프레라는 라미에 비해서 닙 느낌이...낭창낭창? 부들부들 종이 위를 잘도 미끄러지는데다 

잉크흐름도 엄청 좋아서, 라미에 비교하면 새까만 글씨가 마르는데 꽤 오래 걸리는 편.

그렇지만 역시, 난 손이 큰데 프레라는 길이가 짧아 무게 중심이 잘 안 잡히는 게 조금 문제였다. :$


일본 펜 F닙은 쓰고 싶고, 프레라는 너무 작고- 해서 궁시렁대고 있다가, 

작년에 인턴가서 첫 월급 받자마자 지른 펜이 세일러의 레글러스 F촉. 

프레라에 비하면 닙이 훨씬 딱딱하고, 잉크 흐름도 적어서 적응이 되려나-하면서 갖고 다녔는데,

닙을 다 길들이기도 전에 웬걸, 실험한다고 두 캠퍼스를 무한반복하는 북새통에, 잃어버렸다. ;ㅅ;


결국은 회사에서 아무 펜이나 주워다 쓰고, 편지나 일기는 프레라로 쓰고, 그러면서 버티다가

라미 사파리 블랙닙이 훨씬 부드럽다는 리뷰에 사파리 차콜블랙을 들였다. 

그래, 라미 그립감이 정직하고 좋았었어, 생각하면서 사파리에 다시 정붙이고 있는데,

무려 반 년을, 사흘이 멀다하고 엉엉, 내 세일러, 하면서 속상해하는 꼴을 본 조엘군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세일러 레글러스를 다시 사 준거지. *_*


그리하여, 현재 갖고 있는 만년필이 세 자루가 되었다는 얘기. 

파일럿은 쪼끄매서, 조카가 학교 들어가면 혹은 초등학교 고학년쯤 돼서 필기구에 정도 붙이고 

하는 나이가 되면 물려줄까 싶다. 이모가 논문 쓴다고 삽질하던 대학원 시절을 함께한 펜이노라, 하고.


그래, 잠도 안 오고, 집중도 안 되는 마당이라, 시필놀이도 해 보았...(sigh).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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