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와서 첫 2년 동안 참 신났던 게,
중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엄두도 못냈던
'group of girl friends'가 생겼다는 거였다.

학회 임원 일을 하면서 가까워진 리아나, 크리스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함께 다녔다. 같이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와인 마시고-
다른 친구들이 리아나랑 나한텐 you two are joint at the hip 이라고 놀리고 그랬지.

그러다 크리스틴이 코스웍을 끝낸 다음 블랙스버그를 떠났고,
리아나와 나는 작년 여름부터 뭔지 모르게 계속 삐걱거리고.

오랜만에 크리스틴이 블랙스버그에 왔다. 
그녀의 어머니도 함께 내려오셨고 해서 오늘 Zeppoli's에 가서 셋이 저녁을 먹었다. 
크리스틴 어머니는 물리학으로 박사를 받고 NIST에서 연구하는 분-
아주머니 하시는 연구 이야기도 듣고, 우리가 하는 공부 이야기도 하고.

두 시간 넘게 이야기 하면서 와인도 마셔가며 저녁을 먹고,
크리스틴과 남은 와인 반 병을 들고 리아나네 집으로 건너갔다.
와인 한 잔씩을 따르고, 치즈와 크래커를 꺼내놓고는
세 시간도 넘게 수다를 떨었구나. 

각자의 연구 이야기, 지도교수님 이야기, 가족 이야기-

"We should start our own human factors consulting company.
We have such a good variety here-!
You'll do auditory and noise related work,
you'll take teamwork-related ones and cognitive side,
and I'll do physical ergo and project management in general.
See? It's going to be perfect."

2년차 때 별 계획없이도 모이곤 했던 수많은 와인 나잇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과 옅어진 마음은 붙잡을 수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셋이 모여 즐거웠으니까.
 
오늘 사실 할 일이 꽤 많은 저녁이었는데,
그녀들을 보는데 시간을 쓰고 돌아와서
지금에야 커피를 한 잔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바쁘지만, 참 애매하고 쓸쓸한 기분이 들어서 
뭐라고 몇 줄이라도 적어야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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