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다'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1.11.14 7 years ago
  2. 2011.05.27 Rain 1
  3. 2011.03.25 그녀들과의 공감지대
  4. 2010.11.18 입 속의 검은 잎 3
  5. 2010.09.22 환상
  6. 2010.08.05 Dead Poets Society
  7. 2010.07.20 Associations
  8. 2010.07.01 한 바퀴
  9. 2010.05.27 HAM
  10. 2010.05.16 Saturday

7 years ago

기억하다 2011. 11. 14. 06:45 |


어제 오래된 백업 시디들을 뒤져보다가, 2004년에 찍었던 사진들이 주루룩 나왔다. 
Canon S50로 찍은 것들인데, 지금까지 썼던 똑딱이 중에 맘에 드는 사진을 제일 많이 찍어준 녀석이었구나 생각했다.
매뉴얼 모드에 놓고 조리개 확 조여서 광원으로 사진에 별 새기는 걸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크크.   
처음 두 장은 스페이스 니들에서 내려다본 야경인데, 첫 번째 사진에는 ferry boat가 들어가 있어서 더 맘에 든다.  

아, 아무튼. 그리운 pacific northwest. 돌아갈 수 있으려나. 요즘 노력 중인데, 잘 됐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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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

기억하다 2011. 5. 27. 11:19 |

                 
(photo: iPhone 4, Camera+ app, overlay filter)
 
벌써 한 2주째인가, 밤마다 비가 내리고 storm이 하늘을 갈라놓는다. 
여름마다 storm에 시달리는 건 플로리다를 떠나면서 끝인 줄 알았는데. 

여름밤에 비가 오는 건 좋아한다, 너무 가볍지 않은, 적당한 무게를 가진 빗방울이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도 좋아하고. 

나는 기록과, 기억에 스스로를 빠뜨리는 걸 즐기는 편이다.
아직도 일기를 쓰고- 가끔 감상적인 기분이 되는 날은
오래된 일기장을 죄다 꺼내 읽어보기도 하는데, 
연애할 때는 더욱 자주 하는 짓이기도 하다.

그래, 그 여름엔 발코니에 함께 앉아 몇 시간이고 빗소리를 듣고,
조엘군이 이것저것 뽑아 걸어주는 LP판을 듣고 그랬었다.

여기서 맞는 또 한 번의 여름. 비가 세차게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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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와서 첫 2년 동안 참 신났던 게,
중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엄두도 못냈던
'group of girl friends'가 생겼다는 거였다.

학회 임원 일을 하면서 가까워진 리아나, 크리스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함께 다녔다. 같이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와인 마시고-
다른 친구들이 리아나랑 나한텐 you two are joint at the hip 이라고 놀리고 그랬지.

그러다 크리스틴이 코스웍을 끝낸 다음 블랙스버그를 떠났고,
리아나와 나는 작년 여름부터 뭔지 모르게 계속 삐걱거리고.

오랜만에 크리스틴이 블랙스버그에 왔다. 
그녀의 어머니도 함께 내려오셨고 해서 오늘 Zeppoli's에 가서 셋이 저녁을 먹었다. 
크리스틴 어머니는 물리학으로 박사를 받고 NIST에서 연구하는 분-
아주머니 하시는 연구 이야기도 듣고, 우리가 하는 공부 이야기도 하고.

두 시간 넘게 이야기 하면서 와인도 마셔가며 저녁을 먹고,
크리스틴과 남은 와인 반 병을 들고 리아나네 집으로 건너갔다.
와인 한 잔씩을 따르고, 치즈와 크래커를 꺼내놓고는
세 시간도 넘게 수다를 떨었구나. 

각자의 연구 이야기, 지도교수님 이야기, 가족 이야기-

"We should start our own human factors consulting company.
We have such a good variety here-!
You'll do auditory and noise related work,
you'll take teamwork-related ones and cognitive side,
and I'll do physical ergo and project management in general.
See? It's going to be perfect."

2년차 때 별 계획없이도 모이곤 했던 수많은 와인 나잇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과 옅어진 마음은 붙잡을 수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셋이 모여 즐거웠으니까.
 
오늘 사실 할 일이 꽤 많은 저녁이었는데,
그녀들을 보는데 시간을 쓰고 돌아와서
지금에야 커피를 한 잔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바쁘지만, 참 애매하고 쓸쓸한 기분이 들어서 
뭐라고 몇 줄이라도 적어야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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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기억하다 2010. 11. 18. 15:05 |


1998년 2월 9일, 학원사 서점.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을 사서 품에 꼭 안고 버스를 탔었다. 
당시 죽도록 짝사랑하고 있던 M의 호출기 인사 멘트에는
예의 자기 소개가 아닌 기형도의 오래된 서적, 그 마지막 연이 녹음돼 있었고,
그것 때문에 기형도의 시집을 꼭 손에 넣어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던 그 날. 
책을 사면 표지 안쪽에 날짜를 적어두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다시 펼쳐보니, 중학교 졸업을 코 앞에 뒀던 2월이었구나.

2010년 11월 17일, 우편함을 열었다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트위터에서 알게 된 분들 중 내가 참 좋아하는 후유소요님께서 보내주신 것. 
벚꽃색의 편지지에 차분한 글씨로 써내려간 편지와 함께, 기형도의 이 시집이 도착한 것. 
내 블로그의 위시리스트에서 보셨다고 쓰셨네. 아이구 이런. 

기형도에 처음 집착(!)하기 시작한 꼬꼬마 시절부터 지금까지,
워낙 좋아하는 시집이라 자주 끼고 다녔고, 
포항-서울-시애틀-데이토나비치-댈러스를 거쳐 
지금 사는 작은 동네에 이사오기 까지 무려 12년을 
수없이 이사도 같이 다닌 책이라, 내 오랜 책은 
너덜너덜해진 표지를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둔 낡은 시집인데- 
서울에서 갓 날아왔을 반짝이는 새 책이 도착하니 감회가 새롭다. 

두 책의 표지를 펼쳐 보았다. 
내가 샀던 책은 1997년 12월 26일에 나온 22쇄.
후유님이 보내주신 책은 2010년 8월 12일에 나온 44쇄. 

지은이는 기형도, 로 같지만 펴낸이의 이름은 바뀌었다. 
내가 샀던 책에는 이메일 주소 같은 게 없는데, 
새 책에는 문학과 지성사의 홈페이지 주소와 이메일 주소가 적혀있다.
 그랬지, 1997년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인터넷이 깔려있진 않았었으니까.
처음으로 내 개인 이메일 주소를 만들었던 게 1998년 말이었던 것 같아. 
옛 책에는 '잘못된 책은 바꾸어드립니다- 지은이와 협의 하에 인지는 생략합니다' 라는 문구가, 
새 책에는 '양측의 서면 동의없는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따끈한 차 한 잔을 홀짝거리며 똑같은 두 책을 비교해 책장을 넘겨보고, 
후유님의 편지를 되풀이해 읽어보면서 즐거운 초겨울밤을 보냈다.
그런데 내게 기형도는 온갖 우울함과 잿빛과 허무한 짝사랑을 다 버무린 그런 추억이었는데,
이젠 편지지에 수채화처럼 번져있던 벚꽃색이랑 함께 떠오를 것 같아. 하하.

:-) 후유님, 정말정말 고마워요-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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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기억하다 2010. 9. 22. 14:00 |
"그대 떠난 걸 헤어졌다는 걸 혼자라는 걸- 난 믿을 수가 없는 걸- 저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그대 모습만 아직도 떠오르는 걸..."

오랜만에 박지윤의 노래를 듣는데 가슴이 시큰하도록 그녀 목소리가 슬프다. 노래 속의 그녀처럼 누군가 날 떠나서 마음 아파해 본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글썽.

(연애하면서 슬픈 적이 있었다해도, 그건 늘 내 상황 탓이게 마련이었거든)


박지윤이 다시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가늘고 시린 목소리가 그립다.

iPod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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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Poets Society

기억하다 2010. 8. 5. 08:56 |
어젯밤 오랜만에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시 보았다. 
몇 번이나 봤지만 여전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Ethan Hawke의 눈을 보면서 눈물이 글썽, 한다.  

안개낀 초겨울 아침이라든지 오리들이 한없이 찾아드는 호숫가라든지-
그렇게 영화에서 무심히 잡아주는 교정 풍경을 보며 감탄하는 내게 조엘이 묻는다.

 "Would you have liked it, if you went to a school like that here?"
"Well- I already went to a school like that and I didn't like it at all. Why would I have quit otherwise?"

내게는 꽉 짜여진 웰튼 아카데미가 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큐였고,
조엘에게는 jock들과 치어리더들이 어울리는 댄버리네 학교가 그의 고등학교 시절을 연상시키는 큐더라. 

새벽에 등교해 새벽에 돌아오고, 하루 세 끼를 모두 학교 식당에서 먹고, 
모두가 똑같은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재잘대며 떠들고 야간자습 시간에 
삐삐 음성 확인하겠다고 선생님들을 피해 교정을 가로질러 공중전화까지 달려가던 그 시절. 
언니와 같은 학교를 다닌 게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것도 참 좋았는데. 
매일같이 서로의 교실에 찾아가 수다를 떨고 매점에서 과자를 사다 건네주고. 

Not that I want to go back to my high school days, but still, I miss myself being seventeen 
and thinking and believing that I was going to do something extraordinary with my life. 

그나저나 Neil은 아무리 봐도 하우스의 닥터 윌슨으로 보여서 혼났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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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ions

기억하다 2010. 7. 20. 02:35 |
난 참으로 쓰잘데 없는 것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특히 에피소딕 메모리가 강한 축에 들고. 
생각해보면, 그런 류의 기억-이라는 것들은 
늘 그 컨텍스트와 함께 가닥가닥 엮여서 떠오른다. 

물론, 감정적인 값이 붙어있는 기억의 조각- 
특히 큰 valence를 가진 것들을 더 잘 기억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으나,
대체 3년전 Y선배 생일 때 산공과 한국 대학원생들이 TOTS에서 모였을 때, 
C선배가 김윤아의 봄날을 간다, 를 불렀다는 사실은 왜 기억하는 건지.
그래서 난 내가 '쓰잘데 없는 것들'을 잘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갈아만든 배-라는 음료수를 머리에 떠올리면
그 달큰한 뒷맛과 함께 좁디좁았던 포항공대 기숙사 방에서, 도서관 브레잌 룸에서- 
당시 화학과 석사를 하고 있던 J언니에게 과외를 받던 기억이 떠오른다든지. 
그러고보면 내가 다닌 학교도 아니었건만 많이도 헤매고 다녔다, 그 캠퍼스는. 

어쨌든, 그런 기억과 association은 습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으로 점철됐던 대학원 첫 학기, 
도서관에 앉아 그 곡을 무한반복해 들으며 공부에 매달렸던 기억 때문에,
버거운 일에 덤벼야 할 때는 꼭 미셸 페트루치아니의 September Second를 듣는다든지. 
그 곡을 듣고 있으면, 살얼음 같은 마음을 껴안고서 도서관 문을 열고 닫던 그 때가 떠올라
'절실함'의 그루브가 다시 돌아오는 그런 기분이 들거든. 

그러고보면 음악과 상황의 연결고리가 잘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은 작년 가을 2주 연속으로 붙어있던 학회 둘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던 그 때를,
쟈렛의 쾰른 콘서트 Part 1은 조금은 빠르게 뛰는 심장과 혼란스런 머리 사이를 조심스레 오가던 지난 여름을,
우타다 히카루의 목소리는 언니와 작은 아파트에서 둘이 살던 99년을, 그렇게 꿰어 연결하고 있으니. 

어쨌거나, 히로키 이시구로의 Island를 듣고픈 월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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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기억하다 2010. 7. 1. 11:46 |
2009년 여름은 키스 쟈렛과 패티오에 말없이 앉아 밤이 깊도록 들었던 빗소리- 그렇게 기억할게. 
선물받은 한 다발의 거베라 데이지, 그 알록달록한 색과 함께, 딱 1.3배쯤 빠르게 뛰던 심장이 떠올랐다.

I think I too like where this is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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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

기억하다 2010. 5. 27. 05:52 |

초등학교 다닐 때- 아마도 6학년 무렵부터 아버지는 아마추어 무선에 빠지셨다. 
아버지 친구분들이 모두 햄을 하고 계셨고, 사석에서도 서로 콜사인으로 부르실 정도였으니까-
(OYP국장한테 전화 좀 넣어봐라. 이 양반은 왜 이렇게...블라블라. 뭐 이런 식?ㅎㅎ) 
친구따라 강남 가더라고, 당연했는지도. :-) 

아무튼 뭐든 같이 해야 직성이 풀리셨던 우리 아버지는, HAM 시험도 어머니랑 같이 보셨는데-
열심히 하셨던 어머니는 합격하셨고, 시험 전날 밤에도 친구분들 모아 회에 약주를 하셨던 아버지는 떨어지신 게 아닌가 ^^;;
결국 어머니는 우리 가족 중에서 제일 먼저 아마추어 무선기사가 되셨다. 콜사인은 DS5WNT. 

아버지는 별 수 없이 시험을 다시 보기로 하셨는데, 이번에도 혼자 공부하긴 싫으셨던 우리 아부지. 
이젠 딸내미 둘을 모두 끌어들이셨다. 큰 딸은 중학교 2학년, 작은 딸은 초등학교 6학년...-. - 
"이거 그냥 외우기만 하면 돼- 시험문제도 책이랑 똑같이 나오거든. 
 붙어서 자격증 나오면 너도 삼촌들한테 '국장님' 소리 들을 수 있다니까?"
뭐 이렇게 아버지의 꼬드김에 넘어간 우리는 시험 전 며칠 간 어머니의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 
어쨌거나 외워야 한다니 그런가보다 싶어선, 오손도손 모여앉아 전파법규 등을 달달 외우는 진풍경이...큭. 

그렇게 겨울방학 때 아버지랑 나, 언니 이렇게 셋이 시험을 봤는데, 
이번에는 언니가 떨어진 것이 아닌가... -  _ - ; 별로 관심도 없었다며 결국 언니는 그쯤에서 포기. 
몇 주가 지나 아버지랑 내 콜사인이 나왔다. 아버지는 DS5XAR, 나는 DS5XAS. 나란히 붙은 콜사인. :-)
엄마는 위스키 노벰버 탱고, 아빠는 엑스레이 알파 로미오, 나는 엑스레이 알파 시에라. 

햄 콜사인에서 처음 두 자리는 국가코드다. 한국은 원래 HL을 썼는데, 배정된 콜사인을 다 소진한 뒤 
다음으로 넘어간 것이 DS. 내가 콜사인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6K로 넘어갔었고 다음이 6L 순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다음의 한 자리 숫자는 지역코드. 1이 서울 경기지역이고, 내가 쓰는 5는 경상도지역. :-)
다음 세 자리 알파벳이 기지국 고유 코드인 셈이다. 

옛날엔 아버지 친구분들이랑 다같이 로드트립 다닐 때 각자 차에 무전기 설치해서 
서로 교신 (...이라 쓰고 수다라고 읽는 ㅋ_ㅋ) 하면서 캐러밴도 하고, 
동네에서 CQ 불러 컨택 닿은 분들이랑 지금으로 치면 벙개(!)에 해당할 오프모임도 하고 그랬었는데. 

한국에서 학부 때 로켓동아리 하던 시절, fox hunting을 이용해서 로켓 회수를 
해 볼 궁리를 했던 그 때가 마지막이니, 무전기를 잡아본 지도 거의 9년이다. 

인터넷이며 핸드폰이며, 이젠 HAM이 유명무실해진 요즘이지만-
며칠 전 영화 Contact를 다시 보다보니 생각이 났다. 
아버지한테 아직도 핸드헬드 셋이 남아있으려나. 아직 갖고 계시면 나 달라고 졸라봐야지. 

우리 아빠는 요즘도 통화하고나서 끊을 땐 꼭 이렇게 말씀하신다. 
"딸, 그럼 공부 열심히 하고,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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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기억하다 2010. 5. 16. 13:13 |
부엌에서 들려오던 달그락대던 그릇 소리. 
머리맡에 놓아준 재스민 화분에서 나던 맑은 향.
붉은색과 푸른색, 낮에 먹을 것과 밤에 먹을 걸 
종류별로 챙겨 사다준 알록달록한 감기약. 
뜨겁게 데워준 맑은 치킨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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