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다

기억하다 2009. 4. 30. 15:20 |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각,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드는 기억에 다시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1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기억은 그 곳에서 길을 잃고 마구 헤맨다. 
열 여섯 살의 나는, 뭐가 그리도 당당했으며 어쩜 그리도 당돌했는지.

학산동. 포항여중. 우방아파트. 파인쿨. CDB. 논술팀 친구들. 지곡동. 밤하늘. 포항제철고. 150번 버스. 
포항문고. 시민제과. 나루끝. 십자당 약국. 포항공대. 영일대. 구름다리. 1학년동. 연학관과 예도관. 
학생회. 자주주간. 바른생활부 차장. 뿌리. 학교를 그만두던 날 친구들이 교문앞까지 이어줬던 인간띠. 

포항, 그 작은 도시를 추억하다.

마지막으로 포항엘 갔을 때가 스물 두 살이었다. 
그 때까지도 완전히 자라지 못했던 나는 뭔가 불편한 마음을 숨기고 
어색하게 웃다가 굳이 밤차를 잡아타고 서울로 돌아왔었지. 

언젠가는, 복잡한 감정따위 다 삭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 볼 수 있기를.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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