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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

기억하다 2010. 5. 27. 05:52 |

초등학교 다닐 때- 아마도 6학년 무렵부터 아버지는 아마추어 무선에 빠지셨다. 
아버지 친구분들이 모두 햄을 하고 계셨고, 사석에서도 서로 콜사인으로 부르실 정도였으니까-
(OYP국장한테 전화 좀 넣어봐라. 이 양반은 왜 이렇게...블라블라. 뭐 이런 식?ㅎㅎ) 
친구따라 강남 가더라고, 당연했는지도. :-) 

아무튼 뭐든 같이 해야 직성이 풀리셨던 우리 아버지는, HAM 시험도 어머니랑 같이 보셨는데-
열심히 하셨던 어머니는 합격하셨고, 시험 전날 밤에도 친구분들 모아 회에 약주를 하셨던 아버지는 떨어지신 게 아닌가 ^^;;
결국 어머니는 우리 가족 중에서 제일 먼저 아마추어 무선기사가 되셨다. 콜사인은 DS5WNT. 

아버지는 별 수 없이 시험을 다시 보기로 하셨는데, 이번에도 혼자 공부하긴 싫으셨던 우리 아부지. 
이젠 딸내미 둘을 모두 끌어들이셨다. 큰 딸은 중학교 2학년, 작은 딸은 초등학교 6학년...-. - 
"이거 그냥 외우기만 하면 돼- 시험문제도 책이랑 똑같이 나오거든. 
 붙어서 자격증 나오면 너도 삼촌들한테 '국장님' 소리 들을 수 있다니까?"
뭐 이렇게 아버지의 꼬드김에 넘어간 우리는 시험 전 며칠 간 어머니의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 
어쨌거나 외워야 한다니 그런가보다 싶어선, 오손도손 모여앉아 전파법규 등을 달달 외우는 진풍경이...큭. 

그렇게 겨울방학 때 아버지랑 나, 언니 이렇게 셋이 시험을 봤는데, 
이번에는 언니가 떨어진 것이 아닌가... -  _ - ; 별로 관심도 없었다며 결국 언니는 그쯤에서 포기. 
몇 주가 지나 아버지랑 내 콜사인이 나왔다. 아버지는 DS5XAR, 나는 DS5XAS. 나란히 붙은 콜사인. :-)
엄마는 위스키 노벰버 탱고, 아빠는 엑스레이 알파 로미오, 나는 엑스레이 알파 시에라. 

햄 콜사인에서 처음 두 자리는 국가코드다. 한국은 원래 HL을 썼는데, 배정된 콜사인을 다 소진한 뒤 
다음으로 넘어간 것이 DS. 내가 콜사인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6K로 넘어갔었고 다음이 6L 순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다음의 한 자리 숫자는 지역코드. 1이 서울 경기지역이고, 내가 쓰는 5는 경상도지역. :-)
다음 세 자리 알파벳이 기지국 고유 코드인 셈이다. 

옛날엔 아버지 친구분들이랑 다같이 로드트립 다닐 때 각자 차에 무전기 설치해서 
서로 교신 (...이라 쓰고 수다라고 읽는 ㅋ_ㅋ) 하면서 캐러밴도 하고, 
동네에서 CQ 불러 컨택 닿은 분들이랑 지금으로 치면 벙개(!)에 해당할 오프모임도 하고 그랬었는데. 

한국에서 학부 때 로켓동아리 하던 시절, fox hunting을 이용해서 로켓 회수를 
해 볼 궁리를 했던 그 때가 마지막이니, 무전기를 잡아본 지도 거의 9년이다. 

인터넷이며 핸드폰이며, 이젠 HAM이 유명무실해진 요즘이지만-
며칠 전 영화 Contact를 다시 보다보니 생각이 났다. 
아버지한테 아직도 핸드헬드 셋이 남아있으려나. 아직 갖고 계시면 나 달라고 졸라봐야지. 

우리 아빠는 요즘도 통화하고나서 끊을 땐 꼭 이렇게 말씀하신다. 
"딸, 그럼 공부 열심히 하고, 73!"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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