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탑이 조각조각 뜯겨나가는 악몽을 꿨다.
게으름뱅이 모드일 때, 침대에 모로 누워서 랩탑을
눈 앞에 같이 모로 세워 쳐다보는 짓을 가끔 하는데,
꿈 속에서 마침 그러고 있던 참에 모니터와 본체를
연결하는 hinge가 부서져서 상판과 하판이 흔들대더니만-
모니터가 분리돼서 기우뚱, 하고 뒤로 넘어가더라.
그런 다음엔 배터리의 한쪽 모서리가 주저앉아 찌그러진 채로
본체에서 뜯겨나오고, 하판의 latch 버튼 앞에 생겨있던 유격이
더 벌어지더니 곧 트랙패드 주변이 갈라지면서
트랙패드가 아래로 쑥 빠져버렸다.
곧 이어 하판이랑 분리된 상판에서는
모니터 부분만이 알루미늄 판에서 뽑혀나오더니만,
마지막으로 하판 트랙패드가 빠져나가고 없는 구멍으로
랩탑 내부의 칩이며 온갖 부속품들이 스멀스멀 빠져나오는 것으로 마무리.
꿈 속의 나는 패닉 상태에 빠져선 눈앞에서 목격한 광경의
처참함에 몸서리치면서 미처 백업하지 못한 최근 자료들과
랩탑을 새로 살 형편이 못된다는 걸 동시에 걱정했다.
뭐 이런 꿈이 다 있는지. 굉장히 끔찍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
애완동물이 눈 앞에서 살해당하는 걸 목격이라도 한 그런 기분이었다.
아무리 종일 끼고 산다지만 그저 전자제품, 어디까지나 물건일 뿐인데-
해체되는 그 과정이 어찌나 생생하고 잔인하게 보이던지.
차라리 클래식하게 귀신이 나오는 악몽이 낫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