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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0 Associations

Associations

기억하다 2010. 7. 20. 02:35 |
난 참으로 쓰잘데 없는 것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특히 에피소딕 메모리가 강한 축에 들고. 
생각해보면, 그런 류의 기억-이라는 것들은 
늘 그 컨텍스트와 함께 가닥가닥 엮여서 떠오른다. 

물론, 감정적인 값이 붙어있는 기억의 조각- 
특히 큰 valence를 가진 것들을 더 잘 기억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으나,
대체 3년전 Y선배 생일 때 산공과 한국 대학원생들이 TOTS에서 모였을 때, 
C선배가 김윤아의 봄날을 간다, 를 불렀다는 사실은 왜 기억하는 건지.
그래서 난 내가 '쓰잘데 없는 것들'을 잘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갈아만든 배-라는 음료수를 머리에 떠올리면
그 달큰한 뒷맛과 함께 좁디좁았던 포항공대 기숙사 방에서, 도서관 브레잌 룸에서- 
당시 화학과 석사를 하고 있던 J언니에게 과외를 받던 기억이 떠오른다든지. 
그러고보면 내가 다닌 학교도 아니었건만 많이도 헤매고 다녔다, 그 캠퍼스는. 

어쨌든, 그런 기억과 association은 습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으로 점철됐던 대학원 첫 학기, 
도서관에 앉아 그 곡을 무한반복해 들으며 공부에 매달렸던 기억 때문에,
버거운 일에 덤벼야 할 때는 꼭 미셸 페트루치아니의 September Second를 듣는다든지. 
그 곡을 듣고 있으면, 살얼음 같은 마음을 껴안고서 도서관 문을 열고 닫던 그 때가 떠올라
'절실함'의 그루브가 다시 돌아오는 그런 기분이 들거든. 

그러고보면 음악과 상황의 연결고리가 잘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은 작년 가을 2주 연속으로 붙어있던 학회 둘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던 그 때를,
쟈렛의 쾰른 콘서트 Part 1은 조금은 빠르게 뛰는 심장과 혼란스런 머리 사이를 조심스레 오가던 지난 여름을,
우타다 히카루의 목소리는 언니와 작은 아파트에서 둘이 살던 99년을, 그렇게 꿰어 연결하고 있으니. 

어쨌거나, 히로키 이시구로의 Island를 듣고픈 월요일 밤이다.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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