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서 책상 앞에 앉았다. 그간 계속해서 너무너무 바쁘다가, 지난 주부터 조금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근 두 달만에 처음으로 여유있게 점심 먹으면서 올림픽 카약경기도 보고 수다도 떨고 1시간을 쉬었으니까.


올 여름 내내 E랑 둘이서 프로젝트 네 개 정도를 했는데, 둘이 감당하기엔 꽤나 심한 오버로드였고,

자꾸만 바뀌는 세부 계획이며, 여러 사업부가 얽혀서 돌아가는 이해하기 힘든 레벨의 politics하며-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E도 나도 굉장히 지쳤었는데,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A랑 다른 프로젝트 일을 했다. 

오랜만의 변화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A랑 일하는 것도 즐거웠고. 


저녁 여섯 시쯤 퇴근해서 Wholefoods엘 들러 가츠동으로 저녁을 먹고 장을 봐서 

7시 반에 집에 왔는데, 해가 지지 않아서 여전히 온 집안은 뜨거운 공기로 가득찼고,

실링팬을 돌려봐도 바깥 공기가 뜨거우니 별 다를 게 없다. 


미국 오고나서 에어컨 없는 곳에 살아본 건 대학원 첫 학기, 

열악했던 프레시맨 기숙사에 떨어졌을 때 뿐이라, 

1월에 이사올 때는 에어컨이 없는 집일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사실 여름이 되고 나서도 낮 기온 75도, 80도 정도의 선선한 날씨라 괜찮았는데,

지난 주말에 100도를 넘기더니 오늘도 95도 정도...며칠 더 더울 모양이다, 끙.


아무튼- 퇴근은 했지만 더워서 도저히 머리쓰는 일은 못하겠고,

해서 내친김에 온 집안을 청소했다. 설거지를 하고, 부엌 싱크대를 닦고, 빨래를 돌리고

욕실을 닦고, 청소기를 돌리고, 쓰레기랑 재활용품을 덤스터에 내어다놓고...실은 다 주말에 했어야 하는데, 

토요일엔 Mount St. Helens, 일요일엔 에어쇼 다녀오느라 손도 못댔던 탓에 집이 엉망이었거든.


집안을 말갛게 해 놓고, 샤워하고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기온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럽여행 다녀와 초콜렛이랑 기념품을 보내주신 조엘군 어머니한테 메일을 보내고, 

그간 쌓인 사진도 조금 손을 대보고, 그러다보니 벌써 11시가 넘었네. 


내일은 단순한 데이터 manipulation 일거리랑 실험계획 태스크가 있고,

얼마 전 노스웨스턴으로 자리를 옮긴 E가 도와달라는 게 있어 컨퍼런스 콜을 잡았고,

오후엔 Intel Labs에서 프로젝트 엑스포 비슷한 행사를 한대서 

어디 재밌는 IXR 리서치가 있나 체크할 겸 가 보기로 했다. 


달콤한 다운타임은 이번 주가 마지막일 듯 하니, 즐겨야지.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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