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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4 일요일 오후

일요일 오후

살아가다 2011. 11. 14. 06:35 |
정말 오랜만에 실험이 없는 일요일 오후다. 
아직도 네 팀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게 결코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
피험자들 스케줄만큼은 내 능력밖의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건 그만두겠다고 (적어도 노력은 해 보겠노라) 마음 먹었다. 

요 몇 주간 계속해서 몸도 마음도 많이 바빴기 때문에, 
외투며 스웨터 따위가 카펫 바닥 곳곳에 널브러져 있고,
설거지는 싱크가 꽉 차도록 쌓여있고, 
집에서 만드는 유일한 따뜻한 음식이라곤 커피 뿐이고-
정말 대책없다 싶을 정도로 집안일을 내팽개쳤었다.
마침 실험도 없고, 잘 됐다 싶어 오늘 한꺼번에
청소, 빨래, 설거지, 요리까지 모든 걸 해치웠다. 

말갛게 깨끗해진 집에서 폭신폭신한 털 슬리퍼를 신고 책상에 앉았더니,
뭔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도 한국말로 된 뭔가를)
책장에서 전혜린 에세이를 빼 들었다. 그런데 첫 권은 어디로 가고 2권 뿐인지...
아무래도 누구에겐가 빌려주었던 것 같은데.

한국말로 된 책은 슥슥 몇 줄씩 스캔하듯이 읽는 버릇이 있어
굉장히 빨리 읽는데, 오랜만이라 그 느낌이 아주 낯설었다. 

눈에 와 걸린 한 문장.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쉽게 인간의 의욕을 꺾는가를 지난 일 년 반 동안 뼈저리게 체험했다."

끙. 역시, 전혜린은 뭔가 의욕을 갖고 잘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어야 할 주말에 읽을 책은 아니지.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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