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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1 건조한 취향과 컬러풀한 공룡... ;) 5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살기 시작한 지 1년 반쯤 지나 어느 정도 살림이 짜인 내 아파트만 봐도 그렇다. 
문을 열고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흰색과 검은색의 가구 뿐이다. 
검은색 소파, 검은색 커피 테이블, 검은색 책장, 흰 식탁과 책상, 검은색 의자. 
하얀 벽엔 아무 것도 걸려있지 않고, 실용적인 목적을 지니지 않은-
'장식'이 목적인 물건은 한 가지도 없(었)다. 
그나마 너무 심심할까 싶어 포인트 컬러로 빨강을 쓰자! 라는 기특한(끙) 생각을 하고
가져다 놓은 것이 빨간색의 쿠션, 무릎 담요, 그리고 메모보드. 
침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 덩그라니 놓인 커다란 침대엔
시트도, 베개 커버도, duvet 커버도 모두 하얀색. 
까만색의 서랍장 하나와 커다란 거울, 까만 사이드 테이블 하나..

옷장을 열어봐도 그렇다. 
주로 보이는 색은 감색, 카키색, 흰색, 검정색. 
원색의 스웨터는 딱 두 벌 있고, (숫자까지 기억하는 거 봐라)
꽃무늬 따위가 들어간 옷을 입기라도 하면 누가 잡아가는지
여성스런 프린트가 들어간 옷은 단 한 벌도 없다.
줄무늬 정도는 깔끔하다 생각해서 서너 벌 갖고 있고,
체크무늬 셔츠는 꽤나 좋아하는 편이라 몇 벌이 주루룩 걸려있다.

20대 후반의 여자치곤 꽤 건조한 취향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인형이라곤, 언니가 몇 년 전에 주었던 손가락만한 곰인형이 전부였던
단조로운 이 집에, 그제 컬러풀한 식구가 하나 들어왔다.
파란색과 하늘색의 몸통에 샛노란 뿔과 발톱을 달고, 
씨앗 모양의 눈을 하고선 씨익 웃는 트라이세라톱스 인형.  
인형 소재론 그리 흔한 초이스가 아닌 코듀로이 소재의 몸을 가졌고,
뿔과 발톱은 보드라운 플리스로 덮여 있다.

나는 공룡을 꽤 좋아해서, 어렸을 땐 플라스틱으로 된 
공룡 뼈맞추기 세트가 들어있는 사탕을 용돈만 생기면
가게에서 사들였던 적이 있다. 사탕은 뭐, 내가 먹기도 
하고 언니한테 주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 뼈맞추기 퍼즐(?)은 설명서를 펴놓고 숫자를 맞춰가면서
정성스레 하나하나 맞추고, 조립을 끝내고 나면 행여 망가질까 싶어 
순간접착제를 관절마다 한 방울씩 칠했던 기억이 있다. 
스테고사우러스, 트라이세라톱스, 티라노사우러스, 브라키오사우러스-정도가 
그 사탕에 따라왔던 공룡 셀렉션이었지 아마...

아무튼 그 때 이후로 공룡 장난감 비슷한 걸 가져본 적은 없었는데,
조카 준다고 사 놓은 공룡 인형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본 조엘군이
크리스마스 선물 중 하나로 이 인형을 찾아내 사 준 것. x)
그런데 이 녀석이 정말이지 좀 심하게 귀여운 거다. 
내가 인형을 (!!) 선물받고 이렇게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다.

나 일하는 거 구경하라고 책상 앞에 앉혀두었는데, 볼 때마다 씨익- 나도 웃게 만든다. 녀석. 후훗.



아무튼, 결론은 공룡 인형 사주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햄볶는단 뭐 그런 얘기였음.
(물론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하이라잇은 키스쟈렛 콘서트 티켓이지만. 흠흠.)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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