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인생과 일, 그리고 사랑.
일하기 싫었던 새해 첫 날, 열 여섯 시간을 스트레이트로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다 봐 버렸다.

일에 끝없이 욕심내고 막무가내로 억지부리고
사랑에 쿨한 척 해놓고 괴로워하고
괴롭히고, 그런 준영이가 너무 공감이 가고 사랑스러웠다.

준영의 캐릭터도 좋았지만 배우 송혜교-그녀의 재발견.
15회에서 지오에게 소리치던 씬은 정말,
저 배우가 송혜교가 맞나 싶었어.

뭔가 어설픈 발음은 가끔 툭툭 튀어나오지만,
그래도 연기가 너무 좋더라, 여기서.
게다가 어쩜 그리도 사랑스럽고 예쁜지.
멋진 지오보다, 사랑스런 준영에게 더 애정이 갔다.

DVD 구입 예정 목록에 하나 추가다. 그들이 사는 세상.
여기서 나오자마자 살테다. 제 값 120불 다 주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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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때는 어려서 그랬겠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지대한 관심이 있다고는 말할 수가 없지만, 적어도 시스템이 어찌 돌아가는지는 파악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하루, 하루 날이 갈 수록 밖에서 보는 한국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더욱 암담하다.

정치인들이 지탄받을 짓을 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는 정말 이게 코미딘지 드라만지 분개하면서 글을 쓰기도 했었지만,
그 때도 요즘처럼 기가 막히지는 않았었다.

고등학생들을 모아놓고 우익인사 특강에, 우리 역사를 우리가 왜곡하고,
4.19며 광주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 하질 않나 집시법에 언론법 개악까지...어쩜 이럴 수도 있는 건지.

IMF때도 이러다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은 안들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정말이지 한국이 이 정부 밑에서 5년을 버텨내기란 힘든 일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근차근 아무리 따져보고 생각해 보아도 이명박 행정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체, 이성적인 사람들의 집단이 저럴 수는 없을텐데.
저렇게까지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을텐데.

그러고보면, 그들에게 '국민'이란 개념은 한없이 좁은 대한민국 상위 1퍼센트일 뿐이니까.
정말 분통이 터진다. 아무리 막돼먹었기로서니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자가
온 나라를 죄다 말아먹으면서까지 저리도 철저하게 스스로의, 부한 자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느냔 말이다.

언론법 개악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정말이지 겁이 난다.
이미 2mb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언론 통제의 수준은 최고에 달하고 있었는데, 한 술 더 뜨게 생겼으니.
 
지난 여름 한국에 가 있는 동안 광우병 관련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부모님과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우리 부모님은 50대 초중반이시고, 인생을 즐기며 사시는 분들이며 나름 생각이 깨어있는 편에 속한다고 믿는데-
그런 분들 조차도, 주류 (라고 불러줘선 안 될, 정말 싫은 조중동 찌라시)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정보만을 다 믿으시더라.
촛불 집회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다 정신나간 젊은 것들, 내지는 북한 쪽의 조종을 받는 것들이라고.

외신 기사를 번역해 보여드리고, 광우병 관련 학술 논문까지 찾아내 요약해드리면서 설득하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우리 부모님이 그럴진대, 연세 지긋하셔서 스스로 정보를 찾고 접할 능력이 없는 분들은 오죽할까.

늘 안타까운 내 나라 한국은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어 보인다.
극심한 양분화를 겪고 있는 것, 이것도 다 과도기인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주고 간 목도리를 집에 신주단지마냥 모셔놓으셨다는
할머니의 뉴스가 서글프기 그지없는 2008년의 마지막날.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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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3일, 12월 27일 방송분]

가끔 KBS 다큐멘터리 3일-을 웹에서 보곤 하는데,
이번엔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72시간-이 타이틀이었다.
도착하고, 떠나고, 만나고, 또 헤어지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젠 익숙해진 출국장과 입국장이 고스란히 담긴 티비 화면을 보고 있자니까,
처음 한국에서 떠나던 날 출국장 간유리벽의 틈새로 옹기종기 쪼그리고 앉아서
얼굴을 내밀고선 울면서 손을 흔들어주던 가족들이 떠올랐다.

날짜도 명확하게 기억하는 2003년 6월 11일.
무게가 오버된 체크인 백을 다 풀어헤쳤던 통에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정신없이 들어섰던 출국심사대.

벌써 5년 반이 지나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유학생활인데도-
가끔 그 날의 인천공항이 떠오르면,

스물 두 살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한국을 떠났던 걸까-
또 그 날부터 학부 마칠 때까지 긴 시간을 힘겹게 써포트해 주셔야 했던
부모님은 어떤 마음으로 떠나는 내 뒷모습을 보고 계셨던 걸까, 싶어서 가슴이 철렁한다.

지금의 나는-눈이 붓도록 울었던 그 날의, 퍼렇게 날이 섰던 마음에
부끄럽지 않도록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아직 뒤를 돌아보기엔 한참 이르지만,
가끔은 절실하고 절실했던 그 마음을 기억해야겠다.


Posted by Cool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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